국내 가맹점 10곳 중 9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도 사용률이 최대 4%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막대한 비용의 혜택 공세 없이는 유의미한 사용률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행사 재무 건전성 문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카드 결제 비중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개인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보관하는 '비수탁' 구조에선 사용률이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서 유의미하려면 발행사나 카드사 앱(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뜻이다.
별도 앱에 보관하는 수탁 구조에서도 사용률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가맹점의 스테이블코인 수용률이 50% 미만이라면 채택률은 13.2%, 사용률은 1.1%로 분석됐다. 채택률이란 고객이 앱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등록하거나 지갑에 넣어두는 걸 말한다.
가맹점 수용률이 90%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채택률은 18.5%, 사용률은 4.4%로 예상됐다. 국내 가맹점 10곳 중 9곳에서 결제할 수 있어도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고객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한 셈이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신용카드보다 나은 점은 별로 없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용률은 94.2%, 평균 할인율 혜택은 2.5% 수준이다. 신용카드는 대금을 즉시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할부 거래'도 가능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률을 유의미하게 높이려면 할인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맹점 수용률 90% 상황에서 결제액 1% 할인 적용 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률은 6.4%까지 상승한다. 현재 신용카드 평균 할인 수준과 같은 2.5%가 적용된다면 예상 사용률은 12.9%다.
4% 할인이 적용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최대 사용률은 28.8%까지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선 국내 신용카드 결제 점유율이 최대 14.2%P(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4% 할인이라는 공격적 프로모션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큰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 토스가 얼굴인식 기반 결제 '페이스페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적용한 할인율이 3%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수익 구조가 수수료보다는 예치금 운용 수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강도 프로모션 장기화 시 재무 건전성 악화와 예치금 상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대중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도 문제다. 제도적 기반인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금융지주와 가상자산거래소, 핀테크사의 합종연횡 소식이 계속 들려오지만 예전만큼의 파급력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가 얼마나 효용가치를 느끼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선 결제 시장 우위 및 고객 사용률과 별개로 가상자산 산업에 대비하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