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가 누군데?" 8200억짜리 공사 멈춰세운 '집 요정'의 위엄

"도비가 누군데?" 8200억짜리 공사 멈춰세운 '집 요정'의 위엄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8.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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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 포터'의 집 요정 캐릭터 도비. /영화 해리포터 캡쳐
영화 '해리 포터'의 집 요정 캐릭터 도비. /영화 해리포터 캡쳐

"영화 캐릭터인데 무슨 상관이야?"

"이거 정말 중요한 문제거든."

영화 '해리 포터'의 집 요정 캐릭터 도비의 가상 무덤을 지키기 위해 팬들이 뭉쳤다. 팬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4억3000만파운드(약 8230억원) 규모의 대형 전력망 공사 노선이 바뀌었다.

8000억원짜리 공사 멈춰 세운 '집 요정'의 위엄

사건의 발안지는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이다. 이곳은 영화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가 자신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도비를 묻어준 실제 촬영지다.

영화 세트장은 이미 철거됐지만 팬들은 해변 한구석에 '해방된 요정 도비가 여기 잠들다', '도비 편히 쉬기를' 등의 문구를 적은 돌멩이를 하나둘 쌓아 올리며 가상의 무덤을 만들었다.

사건은 영국 에너지기업 내셔널 그리드가 영국과 아일랜드를 잇는 해저 케이블 전력망 프로젝트 '그린링크'를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공사 계획 노선이 '도비의 무덤'을 지나가게 설계된 것이었다.

"도비가 누군데?"…당황한 프로젝트 매니저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해리포터 촬영지에 만들어진 도비의 가상 무덤. /사진=언스플래시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해리포터 촬영지에 만들어진 도비의 가상 무덤. /사진=언스플래시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프로젝트 매니저 사이먼 루들램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정말로 전화 수백 통이 걸려 왔습니다. 한 동료가 '우리가 도비 무덤을 직통으로 지날 것 같다'고 하기에 '도비가 누군데?'라고 되물었거든요. '영화 캐릭터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더니 동료가 '아니다, 이건 진짜 중요한 문제'라더군요."

팬들의 엄청난 항의와 설득 끝에 결국 내셔널 그리드는 두손을 들었다. 굴착 노선을 전면 수정해 도비의 무덤을 돌아서 가도록 새로 설계하기로 한 것.

루들램은 "변경된 노선이 진짜 청동기 시대 유적에 꽤 가까워졌지만 어쨌든 도비의 무덤은 무사히 피했다"며 "많은 사람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환경 위한 당부

해당 해변을 관리하는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는 2022년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비의 무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팬들이 각종 추모 물품을 두고 가면서 해양 생태계 오염 우려가 커지자 추모 물건은 남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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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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