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때문에 보험 넣은 것도 깜박...가족 '대리청구' 쉬워진다

김미루 기자
2026.06.29 12:00
금융감독원이 29일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추진 과제로 보험상품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치매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제때 청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앞으로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가 달라진다. 특정인의 이름을 미리 적지 않아도 배우자나 자녀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추진 과제로 보험상품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보험사들은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는 치매보험 가입자가 치매 발병으로 보험 가입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가족 등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은 특정인을 미리 지정하는 '기명 대리청구인' 방식만 운영됐다.

문제는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때 대리청구인의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해 절차가 번거롭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은 2021년 26.0%에서 올해 상반기 23.1%로 낮아졌다.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은 우선 '무기명 대리청구인'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특정인을 미리 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대리청구인 개인정보 동의 없이도 지정할 수 있어 소비자가 보다 쉽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된다. 기존 기명 대리청구인은 배우자 또는 3촌 이내 친족 중 특정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보험금 지급 방식도 다르다. 기명 대리청구인은 대리청구인 계좌로 보험금이 입금되지만 무기명 대리청구인은 수익자인 계약자 계좌로 보험금이 입금된다.

또 기명 대리청구인 지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일부 보험사가 신청서, 신분증, 가족관계서류 외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와 보험가입내역 조회 동의 등 여러 정보를 요구했다. 앞으로는 이름, 연락처, 식별번호, 계약자와 관계 등 최소한만 요구하도록 양식이 통일된다.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 적용 대상도 넓어진다. 현재는 치매보험에 한해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중 암·뇌·심혈관 관련 보험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향후 운영 경과를 보고 추가 확대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기존 치매보험 가입자도 개선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사는 기존 가입자에게 알림톡 등을 통해 무기명 대리청구인 지정 등 개선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치매가 발병한 후에 보험가입 사실을 잊을 경우 치료를 위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며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치매보험에 가입한 경우 기명 또는 무기명 대리청구인을 지정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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