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의 임원과 직원들 간 보수 차이가 커졌다. 지난해 5대 은행 임원 1인당 평균 보수가 전년대비 6.9%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 증가율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우리은행은 임원 보수가 1년새 30% 가까이 뛰며 격차를 키웠다. 그러나 정작 보수 산정근거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임원 보수 산정 근거를 주주에게 확인받도록 하는 '세이온페이' 제도 도입을 다시 검토하면서 은행권의 깜깜이 보수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1일 각 은행이 은행연합회에 제출한 경영현황 공개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해 5대 은행 1인당 평균 임원 보수는 3억7290만원으로 전년대비 6.9%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임원 보수가 단연 압도적으로 높다. KB국민은행의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억4833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로 따지면 우리은행이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의 임원 보수는 3억1951만원으로 전년대비 29.8%나 뛰었다. 우리은행 임원 근로소득 상세표를 살펴보면 기본급여가 37.9% 뛰었으며 기타소득은 87.9% 증가했다. 성과급은 7.6% 늘었다.
그 뒤로는 신한은행이 10.9%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9%, 2.3%씩 증가했고, KB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뒷걸음쳤다.
이는 직원들의 1인당 평균 보수 증가율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크다. 5대 은행 직원 평균 보수는 1인당 1억1792만원으로 전년대비 2.6% 오르는 데 그쳤다. 임원 보수 인상률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은 직원 연봉 인상폭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직원 1인당 연봉 인상률은 6.2%로 5대 은행 평균치(2.6%)를 웃돈다. 다만 임원 보수 인상률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은행들은 이사회 내 평가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수체계를 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임원 기본급 및 성과보수를 결정하고 있다. 지배구조법에 따라 연차보고서에 각 은행의 성과측정 지표와 보수 결정 의사결정 절차, 이연지급 기준 등을 밝히고 있다.
보수 인상 또는 감소의 배경은 은행 임원 수 변동 정도로만 추산해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기존 임원 퇴사, 신규 임원 선임으로 임원 보수가 적게 잡혔지만 2025년에는 임원 변동이 거의 없다보니 보수가 이전에 비해 많이 잡혔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4년 퇴사한 임원의 급여는 반영되지 않았고 신규 선임된 임원의 급여가 12월 한달치만 반영돼 이례적으로 낮게 산출됐다"고 부연했다. 신한은행도 임원 수 증가와 단기성과급 지급률을 상승원인으로 꼽았으며, 하나은행은 상위직급 임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신규 임원선임과 이연성과급 차등지급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개별 임원의 보수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구체적 근거는 밝히지 않는다. 이에 '세이온페이' 제도 도입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세이온페이란 개별 임원의 보수 지급계획에 대해 주주 의결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속속 도입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금융회사들은 임원의 과거 보수 수준은 물론 산정 근거, 향후 계획 등을 보다 자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에도 추진했지만 도입이 무산됐으나 작년 말 금융회사 성과보수체계 선진화를 위한 세미나를 기점으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당시 당국에서는 성과보수가 단기 실적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장기성과에 연계하는 수단 중 하나로 세이온페이 도입을 검토한 바있다.
당국에서 추진 중인 지배구조법 및 모범규준 개정안에도 보수 체계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이온페이 도입에도 눈길이 쏠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임원들의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세한 산정근거를 밝히지 않아왔다"며 "공시 부담을 높이거나 세이온페이 등 보완 방법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 권리가 강화되는 측면에서 주주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취지는 좋지만, 소유 지분이 분산돼 있는 금융지주에서 실제 세이온페이가 작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각에선 주주총회보다는 이사회를 통해 관리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