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의 여파로 올 2분기 이후 동남권 경제의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산업생산과 수출, 고용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다.
BNK금융그룹 소속 BNK경영연구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란전쟁 여파와 동남권 경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의 5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석유정제(-21.3%)와 석유화학(-11.3%) 등 석유 기반 산업군과 자동차(-9.4%) 산업이 크게 하락하며 부진을 이끌었다.
수출 물량의 감소 폭은 더 가파르다. 5월 동남권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2.0% 줄어들며 6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석유화학합성원료(-54.3%)와 선박(-47.3%) 등의 감소율이 특히 높았다.
고용시장 역시 도소매·숙박음식점업과 건설업의 위축으로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전반적인 약세가 뚜렷했다.
연구원은 동남권 경제가 타 지역보다 타격을 크게 받은 원인으로 중동 충격에 취약한 'R.I.S.K 경제구조'를 지목했다. 정유·석유화학 산업 집적(Refining), 높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Import), 해운·항만 산업 발달(Shipping), 핵심 수출 중심지(Key)라는 동남권의 산업적 특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동남권은 원유 수입의 96%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어 전국 평균(66%)을 크게 웃돈다.
하반기에도 지역경제의 둔화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운영방식과 제재 해제 등을 둘러싼 향후 60일간의 세부 협상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괴된 생산·물류 공급망이 회복되는 데도 상당한 시차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고(高)' 현상이 심화되는 점도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을 키우는 불안 요인이다.
이번 위기로 인해 전국과 동남권 간의 성장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시기에도 동남권은 전국 평균보다 충격은 크게 받고 회복은 더딘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 충격 이후 전국 경제가 매년 2%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동남권이 5년 내에 전국 평균 성장궤도로 복귀하려면 매년 6.7%의 초고성장을 기록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0년 내 복귀를 목표로 잡더라도 연평균 4.3%의 고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지자체와 금융회사가 피해기업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자금이나 만기 연장 등 신속한 단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주력산업 고도화와 친환경·AI 첨단기업 발굴 등을 통해 지역 경제 전반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충기 BNK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권 경제는 대외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타 경제권역보다 부진이 깊고 회복은 늦은 모습이 반복됐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에 강한 산업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