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해냈듯이 폴란드도 흑자 이룬다"…월 4000km 뛰는 지점장

브로츠와프(폴란드)=김도엽 기자
2026.07.09 05:40

[2026 금융강국코리아]⑥-<2>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

[편집자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공급망 재편 속 국내 금융권의 해외사업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현지 교민과 지상사 대상 소매금융 중심 모델에서 CIB(기업금융), 우량 로컬 기업, 인프라 금융을 아우르는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K금융의 최전선을 직접 찾아 새로운 성장 모델과 생산적 금융의 실체를 짚어본다.
이진수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장 /사진=김도엽

"인도의 첸나이에서 4년 근무하며 대출 자산을 3억 달러 가까이 확대했고, 구루그람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적자였던 지점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덕분에 폴란드 지점장으로 오게 됐으니, 그 성과가 단순히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하나은행 폴란드 초대 지점장인 이진수 지점장은 새롭게 진출한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한국계 기업과의 거래관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현지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장이 한 달에 약 4000km를 자동차로 직접 운행하며 영업을 벌이는 이유다. 브로츠와프 인근 국내 기업들이 위치한 카토비체는 물론이고, 대형 외국계 은행과의 교류를 위해 수도인 바르샤바도 찾는다.

성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지 1개월만인 지난 6월 BEP(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가 BEP를 달성하는 첫 번째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은행 해외 영업점이 충당금과 판매관리비 등 때문에 개설 후 1년가량 적자를 기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과다.

하나은행 본점 차원에서 글로벌본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지원 사격도 있었다. 하나은행 독일법인이 보유한 폴란드 소재 기업의 대출 만기가 도래하자 폴란드 지점으로 옮기도록 유도했고, 대규모 방산금융에는 런던지점 IB(투자금융) 데스크의 지원이 동반됐다.

'동일인 여신 한도'로 방산금융 수요에 대응 한계…"독일법인 증자 필요"

성장에 걸림돌도 있다. 바젤3에 따른 '동일인 여신 한도' 규제가 EU(유럽연합) 내 은행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동일인 여신한도는 은행이 자기자본의 최대 25% 이내에서만 1명(1개)의 동일 차주에게 대출 및 보증 등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과도한 차입을 벌인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은 독일 법인 소속으로 최대 동일인 여신한도가 약 3500만 유로(약 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폴란드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방산금융을 포함한 IB딜이 수십~수백억 유로임을 고려하면 신디케이션으로 참여하기에도 지나치게 적은 규모다.

지난 2월 5000만 유로 규모의 방산금융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차주가 폴란드계 은행이었기 때문에 동일인 한도 규제의 예외를 적용받았던 덕이다. 만약 은행이 아닌 방산기업에 제조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태였다면 불가능한 거래였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의 동유럽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동일인 여신 한도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는 모두 폴란드 및 체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현대' 동일인으로 묶인다. 이들 기업이 개별로도 1000만~2000만 유로가량 대출을 진행하는 점을 볼 때 폴란드 지점의 여신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이 방산금융과 한국계 기업의 동유럽 진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독일법인의 증자가 필요한 이유다. 폴란드 지점이 독일법인 소속으로 들어오면서 초기 비용은 절감했지만, 한국 본점 소속 지점이 아니기 때문에 체급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지점장은 "타행들의 자본금 규모나 현지 한국기업들의 자금 수요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라며 "폴란드 지점도 자본금 증자와 관련해 본점과 긴밀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하나은행 폴란드 지점 외관/사진=김도엽 기자 /사진=김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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