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꺾기'에 종신보험 부정수급까지..GA, 폐업하고 간판 바꿔달면 그만

이창명 기자
2026.09.22 16:20

[MT리포트]보험대리점, 대개혁②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보험대리점(GA) 개혁에 칼을 뺐다. 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진 GA들이 보험시장은 흙탕물로 만들면서 보험판을 뒤흔들고 있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GA 눈치 보느라 판매수수료 수십조원을 펑펑 쓰고도 스스로 출혈경쟁을 멈추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수십년 전 만든 낡은 제재 기준에 발목잡혀 대형 GA는 영업정지도 못한다. 지금 GA를 개혁하지 못하면 보험산업이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 평가 결과/그래픽=윤선정

보험대리점(GA)이 보험산업의 핵심 판매채널로 급성장했는데도 내부통제와 판매책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고 까지 터졌다. GA는 제재를 받으면 '폐업'하고 다시 등록하면 돼 제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GA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무분별한 겸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GA의 문제점은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GA가 판매에만 치중하다보니 민원처리 등에 관해 소홀해 보험소비자에게 발생하는 피해 관리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GA의 경우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보험회사와 연대해 부담하도록 해 책임을 현실화함으로써 불법영업을 억제시키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적에도 GA의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PS파인서비스 소속 설계사 67명이 보험계약자 415명에게 총 1113억원을 대부업체에 대여하도록 알선했다가 금융감독원의 검사에서 걸렸다. 설계사들은 본업인 보험판매와 상관없는 재무설계나 월급관리 스터디 등을 내세워 사회초년생에게 접근해서 연 20% 안팎의 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세워 불법 대출을 권유했다. 정식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이었다.

대형 금융그룹 산하의 GA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화라이프랩과 신한금융플러스 등에서는 중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정책자금 대출을 상담·컨설팅해주는 것처럼 접근한 뒤, 대출을 받는 대가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꺾기'가 문제기 됐다. 정책자금이라는 '미끼'를 활용해 보험계약을 따내는 것으로 GA가 겸영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악용된 사례다.

법인보험 영업에서는 더욱 이례적인 사례도 나왔다. GA가 요양기관에 세무·회계 컨설팅을 제안하면서 접근한 뒤 법인 명의로 종신보험을 가입시키고, 이후 보험계약자를 변경해 해약환급금을 대표(CEO) 개인이 가져가도록 유도한 사례가 나왔다. 사실상 요양기관의 자금을 종신보험에 넣었다가 대표 개인의 자금으로 빼내는 통로로 보험을 활용한 셈이다. 이런 사건에는 세무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세무업으로 버는 돈 보다, 한 건에 수백만원의 종신보험을 판매해서 발생하는 모집수수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납 보험료 200만원 어치를 판매하면 모집수당인 초회 기준 2400만원도 가능하다. 세무사가 보험설계사를 자처한 이유다.

GA의 허술한 내부통제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상당하다. 실제로 악성코드 감염 등의 사유로 유퍼스트보험마케팅과 하나금융파인드에서 고객·설계사 등 11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험계약 종류와 보험사, 증권번호, 보험료 등 민감한 계약 정보가 줄줄이 나가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GA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 왔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2024년 금융감독원의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평가에서 4~5등급의 취약 GA 비중이 29.3%에 달했다. 설계사 조직은 커지고 있는데 본사가 현장 설계사의 영업행위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기는 어려운 GA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GA가 보험상품의 판매를 사실상 주도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모집인 개인이나 지사 단위의 문제로 대부분 마무리된다"며 "법인을 폐업한 뒤 다시 등록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리더스금융판매가 허위계약 및 부당승환 등으로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영업정지를 받았지만 금감원 검사와 제재가 진행되는 와중에 소속 설계사 수천명이 새로운 이름의 GA로 대거 옮겼다. 리더스금융판매와 특수관계인이 간판만 새로 달아 영업을 했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무실만 열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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