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의 정부기금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지난해 소상공인에 지원해야할 수천억원의 예산을 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소진공의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에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융자사업비 편성 부적정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과다 편성에 관한 부적정 등 2가지 사안에 대한 주의요구를 통보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4724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편성했고, 소진공이 이를 운용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결과 주요 사업의 집행률이 떨어져 남은 예산을 경영안정자금 등으로 조정·사용하고도 약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중기청과 소진공이 소상공인을 위한 융자대출 정책자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일부 사업집행률은 0.1%에 그치는 등 예산을 낭비하고, 집행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만 늘려 수십억원의 이자손실은 물론이고 국가부채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전환대출' 5000억 목표에 32억만 나가=중기청은 지난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전환대출 융자사업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제 집행된 전환대출액은 32억8600만원(집행률 0.65%)에 그쳤다. 정책수요 발굴과 자금집행에 실패한 셈이다.
중기청은 시중은행에 정책자금을 예금담보로 우선 맡기고, 소상공인이 은행을 통해서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게 사업을 설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출실적이 전혀 없던 3개월분의 예상대출금 1000여억원을 미리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자기금 예수금리(2.67%)보다 저금리인 1.78%로 예금담보를 제공하고도 소상공인에게 이 혜택이 돌아간 사례는 7월까지 단 1명, 1억원(0.1%)에 그쳤다.
소진공은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부진 사유보고'를 통해 전체 사업비의 99%에 해당하는 3654억원이 불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전환대출 사업목표치를 50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진공이 집행한 전환대출은 32억8600만원이 전부였다.
감사원은 "중기청이 지난해 10월말까지 3054억을 미리 예수해 불필요하게 보유하고 예산집행은 하지 못했다"며 "집행률이 저조하고, 집행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잡아 국채발행을 증가시키는 등 공공자금관리를 부적정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창업 소상공인 위한 총 400억 예산도 집행율 0.1% =소진공은 지난해 소상공인의 재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전환자금 융자사업'과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소상공인의 사업 재개를 돕는 '임차보증금 안심금융 융자사업'으로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소진공은 사업전환자금 융자사업을 실시하면서 재창업 교육 대상 목표를 1000명으로 잡았지만, 정작 융자대출은 2건, 2000만원(집행율 0.1%)에 그쳤다. 또한 임차보증금 안심금융 융자사업의 경우 직접대출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가 지난해 11월에야 갖춰져 예산을 거의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중기청과 소진공은 연내에 사업비 집행가능성이 불확실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대출 가능 실수요자를 예측해 사업비가 실제 융자 가능 금액보다 과다 편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실패한 사업 예산 400여억원은 우선 소상공인 일반 경영안전자금으로 조정했다"며 "올해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