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하는 친구(오너)들 만나면 대부분 기업 정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가능하면 제 가격 받고 팔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해외에 나간다는 건 기업을 계속하겠다는 건데 결국 국내에선 기업 하기 싫다는 거죠.”
“기회가 되면 회사를 매각하고 싶었는데 새로 사업을 벌인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더 하게 됐습니다. 자식에게도 힘든 기업가의 길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국내외에서 각각 유통업과 반도체장비업을 하는 중견기업 오너들의 얘기다. 이들은 20년 전 IMF 외환위기와 10년 전 금융위기를 기업가 정신으로 극복하고 지속성장에 성공한 기업가들이다. 이들과 함께 기업을 이끌어온 친구들 역시 기업가 정신으로 버텨왔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에게 52시간근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와 세금부담은 기업가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는 것. 게다가 연일 쏟아지는 경제 전망 관련 숫자들은 지속가능경영 여부에 물음표가 아닌 확신을 준다고 말한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사상 처음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반도체를 빼면 16.3% 마이너스 성장이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23.1% 증가한 조선업이 올해는 58.0% 감소하고 디스플레이는 8.6%, 자동차는 1.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 등이 수요부진과 경쟁격화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예상했다.
중견기업 오너들은 특히 자동차산업에 대해 더 우려했다. 협력사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자동차 도료 및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업인 KCC와 LG하우시스조차 자동차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27.6%, 77.7% 급감했다.
중공업·자동차 관련 제조업 공장들이 밀집한 창원국가산업단지 등에서는 문을 닫고 매물로 나온 공장이 쏟아져 나온다.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울산)에서 법원 경매로 나온 공장은 2년 새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견실한 중견기업의 오너들마저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도전과 변화가 성공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를 인식한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함께 ‘사람중심기업과 혁신성장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기업가 정신이 확산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기업가들의 도전의지를 다시 소생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