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찾은 경기도 안산시 반월도금일반산업단지. 경기침체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산단은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산단 내 자동차·기계장비부품 등 약 100여개 중소기업에서 총 1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한산한 분위기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산단 입주기업인 A도금업체는 30년 장수기업이지만 최근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설립 이래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하루 2~3만개 정도인 주문 물량이 1만5000개 정도로 크게 줄었다. A사 관계자는 "평소 11시간 가량인 조업시간을 약 20% 줄였지만 일거리가 없어 직원급여를 주기도 빠듯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공장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경제 근간인 산업단지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산단 1200여곳에 있는 약 10만개 중소기업이 매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제조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반월도금산단 입주기업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올 1분기 주문량이 전 분기대비 30~40%가량 넘게 줄었다. 또 다른 입주기업 B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도금산단의 지난해 누계 생산액은 31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산단 내 업체들은 올 1분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 생산액은 86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등 원청업체의 공장일시 폐쇄조치와 같은 코로나19 여파가 고스란히 하청업체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들은 원자재 값이 올라도 원청업체에 단기인상을 요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다른 산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자가 집중된 대구지역 산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섬유업체 등 2500개 중소기업이 밀집한 서대구산단은 일부 공장이 일시 폐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대구산단의 조업률은 10%대로 떨어졌다. 국내 섬유생산의 70~80%를 생산하는 대구가 타격을 입으면서 관련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총생산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성서1·2산단도 조업률이 극히 저조한 상태다.
서대구산단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지금이 여름과 가을 제품 생산에 돌입해야 하는 성수기인데 올해는 전혀 생산을 못하고 있다"며 "당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산단 생산·수출액이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뿌리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산단 곳곳에 빈자리가 나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전국 1220개 산단 누적 생산액은 991조4700억원으로 전년대비 6.1% 떨어졌다. 2017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10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수출액은 3547억 달러로 같은 기간 12.5% 떨어지며 내수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수출액은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중소기업들은 직접적인 자금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특례보증 대출 확대와 기준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금지원 외에 세금감면 등의 활성화 방안들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자금이 중소기업까지 내려가지 못하면 조만간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매출 자체가 줄어 세금감면 등의 혜택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금 지원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