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숙 구두' 성수동 장인들 "이러다 문닫을 판"

이재윤 기자
2020.04.09 15:59

[르포]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 '코로나 한파'에 휘청..."임대료 인하 시급" 하소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대통령의 구두'로 잘 알려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도 한파를 몰고 왔다. 지난 7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일대 수제화 업체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에 한숨을 몰아쉬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거리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文 대통령 내외가 찾은 수제화, 고사위기

코로나19는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구두로 유명세를 탔던 수제화 업체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시 수제화 명장 1호로 문 대통령의 구두를 직접 만든 유홍식 드림제화 대표는 "하루하루 깔딱 숨이 넘어갈 정도"라고 털어놨다.

50년 넘게 수제화를 제작한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넘게 떨어졌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대표는 김 여사의 버선코 구두를 제작한 성수동 수제화 3대 장인 중 한 명이다.

전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매월 임대료 내기도 어렵다. 판매 직원도 두기 힘들어서 2층 공장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수제화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업체는 "전년대비 매출이 70%가량 떨어졌다. 봄철부터 여성화가 판매되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찾는 사람이 없다"며 "기존에 일감도 줄어든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거리 내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내부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성수동 수제화 거리 70%가 10인 미만 영세상인

수제화 시장은 대부분 영세 소상공인들로 구성돼 더욱 타격이 컸다. 소상공인연구원이 서울 성동구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2017년 성수동 수제화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382개 중 10인 미만 사업장이 71.7%에 달한다.

수제화 업계 성수기에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키웠다. 업계에 따르면 제화시장 매출은 봄철 여성화를 시작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가을까지 소비가 이어진다.

특히 성수동 수제화 업체 95%가량은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의 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발시장 규모는 6조원 가량이며 이중 구두시장은 1조원 정도다.

이용희 한국제화협회 사무국장은 "대형업체도 고전하고 있다. 작은 업체들은 말도 못한다"며 "공장들도 대부분 멈췄다. 가동률이 20~30% 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경기가 나쁘니 신발부터 소비를 줄여 더욱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거리 초입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사진=이재윤 기자
제화상인들 "건물주님, 임대료 좀 내려주세요!"

수제화 업체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임대료 인하다. 이 지역 수제화 업체 90%가량은 가게를 빌려 쓰는 임차사업자이다. 수제화 거리 초입에는 건물주들에게 임대료 인하를 호소하는 상가 번영회 현수막까지 내걸려 있었다.

최근 성수동 일대는 카페 골목이 들어서는 등 젊은 층에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도 올랐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99㎡(30평) 기준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는 평균 3000만~4000만원에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한 수제화 업체 관계자는 "임대료 올라가면 여기서 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계속 카페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성수동이 신발공장 하기 좋은데 언제 쫓겨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수제화 업계는 대형업체에 중심의 수익·유통구조 개편과 중국산 저품질 차단을 위한 원산지표시 강화를 촉구했다. 이 사무국장은 "당장 시장이 좋아지더라도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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