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연판장 의혹과 전임 회장의 측근 특채 의혹, 그리고 지역조직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터져나오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를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감사가 아니고 '조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견돼도 책임자가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 중기부는 소공연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만 법적으로 민간단체라 징계를 강제할 수 없고, 조사 후 정관과 내부 규정의 개정만 요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공연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해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26일 소공연의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오세희 전 소공연 회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는 과정에 불거진 연판장 의혹으로 소공연이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결과 내부 감사 2명 중 1명이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규정의 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점을 거론하며 "정관과 내부 규정의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조사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감사 규정' 개선이다. 22대 총선을 한달 앞둔 지난 3월초 오세희 전 회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회장직에서 사퇴한 이튿날 소공연의 내부 회의에서 광역지회장들이 단체로 오 전 회장의 지지선언서에 서명하는 일이 있었다. 지방에 있던 소상공인 회원들도 메일과 카카오톡, 팩스 등으로 지지선언서를 받아 서명했다. 일각에선 당시 광역지회장 회의 자리에 있던 오 전 회장이나 유기준 회장 직무대행이 이를 주도했고, 이는 소공연 정관상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부도 정관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소공연에 감사를 지시했다. 넉달이 넘는 감사 끝에 소공연 감사 2명의 의견이 최종 단계에서 엇갈리면서 감사는 사실상 유야무야한 상황이다. 소공연 감사 2명은 오 의원은 사퇴했기 때문에 감사의 대상 자체가 아니지만, 유 직무대행은 정관을 위반했고 행위는 제명 사유이지만 경찰이 같은 사안으로 수사 중이므로 수사가 끝날 때까지 유 직무대행의 직무정지 권고 결론을 내렸다가, 유 직무대행의 요청으로 착수한 재감사에서 감사 1명은 결론 유지, 또다른 1명은 징계에 관해선 결론 유보, 행정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으로 의견을 바꿨다.
감사 2명은 끝내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고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감사 결과를 각자 보고했다. 소공연의 내부 감사 규정에는 감사들의 의견이 엇갈렸을 때 조처와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다. 소공연 이사회는 감사 1명의 직무정지 권고 결론에 대해 "감사가 임시총회를 소집하라"고 했다. 이후 중기부가 후속조치를 요구하자 소공연은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답했다.
중기부는 애당초 감사 2명의 의견이 엇갈려선 안 됐고, 감사가 여러명이었던 것도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가오는 현장 조사에 중기부 감사실이 동행해 소공연의 감사 규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아울러 오세희 의원이 2021년 소공연 회장에 당선된 후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현 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을 공개채용 없이 연합회 전문위원으로 특별채용한 것도 정관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중기부는 소공연이 운영 과정에서 터져 나온 각종 잡음들에 대해 현장조사 이상의 조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공연이 중기부의 보조금을 받지만 법적으로 민간단체이라 단체 운영에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가 아니라 현장조사이기 때문에, 후속조치도 정관이나 규정 개정을 요청할뿐 책임자를 징계할 수는 없다. 중기부는 소공연의 보조금, 기업 후원금 사용과 성추행, 보조금 횡령 등 의혹이 불거진 지역조직의 운영에 관해서도 올들어 감사가 아닌 두 차례 현장조사를 했다.
최근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파문을 일으킨 대한축구협회는 민간단체이지만, 올 상반기 인사혁신처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하며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감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소공연도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해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공연은 올해 정부 보조금이 26억원 투입돼 관련 기준(10억원 이상)을 넘어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될 수 있는 요건은 갖추고 있다.
소공연은 중기부의 현장 조사에 "주요 현안에 관한 개선 요청에 현장 점검을 통해 개선 계획을 보고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