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정책 방향 어디로?..."불확실성 없애야"

정진우 기자
2025.02.08 09:30

[MT리포트-무너지는 종이빨대 산업]④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발의

[편집자주]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회했다. 2023년 11월의 일이다. 정부 말만 믿고 '종이빨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도 뽑은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이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공식 개막 기자회견에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내달 1일까지 열리는 INC-5에는 약 170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약 3500명이 참석해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은다. 2024.11.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잠정 연기한 지 1년이 지난 작년 11월, 부산에선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협상위)가 열렸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열린 이 행사엔 178개국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관계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놓고 일주일간 치열하게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내지 못했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동의한다는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국가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생산 규제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만 바라보던 종이빨대 등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은 허탈했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또 아무런 대책없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당초 2023년 11월24일부터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비닐봉지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방침이었다. 2022년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현장 혼란을 우려해 지난 1년간 계도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규제 시행을 앞둔 2023년 11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소상공인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내세웠다. 환경부는 "소비자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단 입장"이라며 "일부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이 2.5배 비싼 종이 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 1년 넘게 별다른 정부의 움직임은 없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긴 힘들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이 제도와 관련해 특별히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친환경 빨대의 품질 문제와 소상공인 경영여건 등 시장 상황, 소비자 수용성 등 다양한 문제가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심 국회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종이빨대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나서 상황을 조율해줬으면 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이 법안은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빨대 가릴 것 없이 일회용품이라면 '유상제공'하는게 골자로 돼 있다. 김 의원이 나름 제시한 해결책으로 볼 수 있는데, 종이빨대를 비롯해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를 향한 반발이 워낙 큰 상황을 감안해 이를 무작정 강제하지 말고 "1회용 빨대를 사용할 땐 돈을 내고 쓰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국제적 흐름에 동조하고 종이빨대 등에 대한 안좋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1회용품 유상제공 정책은 소비자 선택을 앞세우기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고, 종이빨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없앨 수 있다"며 "탄핵 국면에서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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