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종이빨대' 산업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회했다. 2023년 11월의 일이다. 정부 말만 믿고 '종이빨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도 뽑은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이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회했다. 2023년 11월의 일이다. 정부 말만 믿고 '종이빨대'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도 뽑은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 변경이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이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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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3년 11월 별다른 예고 없이 '플라스틱 규제'를 무기한 연기한 후 종이빨대를 생산하던 기업 중 60% 이상이 문을 닫았다. 극심한 수요 감소와 출혈 경쟁에 내몰려 폐업하거나 공장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은 업체가 많아진 것이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매출이 줄고 있거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관련업계가 고사 직전인 상황이다. ━ 종이빨대 기업 19곳 중 12곳 생산 중단━8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초 기준 전국에 존재하던 종이빨대 제조사 1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규모가 비교적 큰 서일·리앤비·폴메이드·홍익씨엠에스·씨엔제이글로벌·코스코페이퍼·유엠씨 7곳(36.8%)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의 경우 짧게는 지난해 7월, 길게는 재작년 11월부터 종이빨대 생산을 중단했다. 일각에선 종이빨대 업체들이 '본래의 플라스틱 빨대 회사로 돌아갔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의 과반인 최소 12곳(63.2%)이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사업 기회로 여겨 2018년에서 2023년 사
매미도 덥다고 아우성이었다. 뙤약볕에 머리카락마저 뜨거웠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 기온이 20도를 넘었다. 하지만 동일프라텍 김지현 대표는 두 마지기 밭에 쪼그리듯 앉아 쪽빛 잡초를 뽑았다. 셋째 출산을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이따금 김 대표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배가 불러 있었다. ━ 동일프라텍이 친환경 빨대를 생산한 이유━김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경기도 파주의 동일프라텍 근처 밭에서 만났다. 동일프라텍은 빨대 회사다. 그런데 공장 근처에 밭을 매입해 콩을 심고 생산한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들을 묻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땅에 묻을 시 썩어 없어지는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등에서 원료를 추출해 만든다. 동일프라텍은 10년 가까이 일반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다가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예고하자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를 개발했다. 적잖은 투자 끝에 2019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음료에 담가도 빨대가 눅눅해지지 않는다. 맛도, 냄새도 없다. 일각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이 '
국산 종이빨대가 '냄새 난다', '음료 맛을 해친다'며 국내에서는 외면받지만 오히려 외국에선 '품질이 좋다'며 적극 사용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예전보다 기술이 적잖이 발전했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준이며, '종이빨대가 싫다'는 반감을 덜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빨대가 환경에 해롭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 이탈리아 기업이 치켜세운 한국의 종이빨대━8일 이탈리아의 음료 제조사 콘서브(CONSERVE)의 구매담당자 로셀라 마레스꼬띠씨는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한국기업 서일의 종이빨대는 액체에 저항성도 우수하고 아주 단단해 멸균팩도 뚫을 수 있다"며 "유럽의 종이빨대들과 품질이 비슷한데다 역동적인 기업이고 우리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서일 빨대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비닐 봉투, 낡은 그물 등과 함께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각국 사정에 맞게 플라스틱을 사용한 기업의 세율을 높이거나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잠정 연기한 지 1년이 지난 작년 11월, 부산에선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협상위)가 열렸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열린 이 행사엔 178개국 유엔 회원국 정부 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관계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놓고 일주일간 치열하게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내지 못했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동의한다는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국가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생산 규제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만 바라보던 종이빨대 등 친환경 빨대 제조사들은 허탈했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또 아무런 대책없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당초 2023년 11월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