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한 20대→20년 경력의 40대'…AI가 바꾼 유니콘 공식

송지유 기자
2026.02.18 14:00

창업자 평균경력 2010년 8.2년→2024년 13.8년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시장, 전문성 중심으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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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중퇴한 20대 초반 천재→빅테크에서 근무한 40대 숙련자.'

미국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창업자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대학을 중퇴한 20대 청년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하나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한 사레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었다면 AI(인공지능) 시대엔 산업 현장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의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유니콘 기업 800곳, 창업자 2000여명을 분석한 벤처캐피탈(VC) 시그널파이어의 통계를 인용해 2024년 설립된 회사의 창업자 평균 경력이 13.8년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0년 설립된 회사 창업자의 평균 경력이 8.2년이었던 것에 비해 5.6년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 비해 더 오랜 기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그널파이어의 연구 책임자인 애셔 반톡은 "대학이나 대학원까지 학업을 마치고 조직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창업자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적인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중들이 열광하는 젊은 천재 창업자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보편적인 모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 그룹의 변화 배경에는 AI 등 딥테크 기술의 급부상이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과거엔 스타트업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시장이었다면, AI 시대엔 검증된 전문성과 업계 인맥이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배달앱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경우 코딩 실력만 있으면 20대 대학생도 만들 수 있지만, AI·반도체·신소재 등 딥테크는 단순한 직관이 아닌 전공지식의 영역으로 더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딥테크의 핵심이 기업에 솔루션을 파는 'B2B'(기업간 거래) 모델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10년 이상 실무를 했던 40대 베테랑이 20대 창업자보다 신뢰와 평판 측면에서 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영업 네트워크도 훨씬 넓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동료들이 공동 창업한 클라우드 스타트업 '이온'이나 오픈AI에서 챗GPT 개발을 주도했던 전문가들이 만든 '싱킹머신랩' 등이 설립 직후 유니콘 대열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닷컴버블 당시 뜨거웠던 시장 상황을 기억하는 전문가들이 AI라는 거대 파도 앞에서 줄줄이 창업에 나선 것도 변화 요인으로 꼽힌다. 인재 쟁탈전 양상이 두드러지는 AI 시장에서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 창업자보다는 대규모 조직에서 근무했던 창업자가 필요한 인재 영입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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