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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미지의 공간을 탐사하던 시대를 지나 지구경제의 '판'을 바꾸는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구상공에서 160~2000km 높이의 저궤도(Low Earth Orbit·이하 LEO)는 통신, 제조, 관측, 물류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산업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우주방산 컨설팅업체인 노바스페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23년 5700억달러(약 836조원)에서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2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관들은 우주산업 성장의 핵심동력이 지상 산업과 연계된 저궤도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저궤도 산업 중 가장 상업화가 활발한 분야는 위성통신 사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전세계 위성통신 시장규모는 지난해 124억달러(약 18조1800억원)에서 2035년 474억달러(약 69조5100억원)로 연평균 14.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분야에선 미국 스페이스X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상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는 올해 초 기준 9500기 이상의 위성을 운용하며 92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에 맞서 아마존은 위성통신 서비스 카이퍼(Project Kuiper)를 레오(Leo)로 리브랜딩하고 맹추격에 나섰다. 오는 7월까지 약 700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세계 2위 규모의 컨스텔레이션(위성군)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아마존웹서비스) 인프라와 위성망을 통합해 기업용 시장에서 스타링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의 '우주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서구권이 주도하는 위성통신 시장을 뚫고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재 저궤도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인 '궈왕'(GuoWang·국가망 1만3000기 목표)과 '첸판'(Qianfan·상업용 군집위성 1만5000기 목표)을 추진 중이다.
위성통신 사업의 또 다른 티핑 포인트로는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D2D(Direct-to-Device) 기술이 꼽힌다. 기존에는 위성 신호를 받기 위해 별도의 안테나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만으로 전세계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기술자문 기업 ABI리서치에 따르면 D2D 사용자는 2024년 5억8500만명에서 2035년 26억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T-모바일과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시작했고,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AT&T 및 버라이즌과 손잡고 통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저궤도 산업은 통신 서비스를 넘어 바이오·제조업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우주의 미세 중력 환경은 중력에 의한 대류나 침전 현상이 거의 없어 지구상에서 불가능한 고품질 재료와 약물을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 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우주 제조분야 시장규모는 지난해 14억8000만달러(약 2조1700억원)에서 22.88%의 가파른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2032년까지 62억6000만달러(약 9조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우주 바이오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의 경우 '우주에서 약을 만들어 지구로 가져오는 제약사'라는 타이틀을 확보했다. 올해 초 우주 제조·회수 캡슐 'W-5'을 지구로 귀환시키며 우주 제조의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안전한 지상 귀환'은 우주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로 꼽힌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1500도 이상의 고열로부터 내부의 약물이나 소재를 변형·변질 없이 무사히 회수하려면 고도의 기술력과 설계가 요구된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암 치료제 키트루다의 결정을 우주에서 제조해 투여 방식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시장의 가치는 300억유로(약 5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함 없는 반도체, 초고품질 광섬유 생산 등에 대한 시도도 이어진다. 우주에서 생산된 소재는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 AI(인공지능)나 양자 컴퓨터 등 지구상의 첨단산업 분야에 다시 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퇴역시키기로 하면서 민간 주도의 '우주 비즈니스 파크'를 구축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ISS 이후의 시장'을 노리는 곳은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바스트(Vast)가 대표적이다. 올해 세계 최초의 상업용 스테이션 'Haven-1' 발사를 계획 중이다. 에어버스와 블루오리진 등은 제조, 관광, 물류를 아우르는 다목적 궤도 플랫폼을 목표로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개발한다.
위성의 연료 보급, 수리 등을 포함해 우주 자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궤도 서비스' 분야도 시장성이 높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체 궤도 서비스 시장이 지난해 28억1000만달러(약 4조1200억원)에서 2034년 68억7000만달러(약 10조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궤도 운송' 분야에선 시에라 스페이스의 드림 체이서 우주선이 올해 4분기에 첫 저궤도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우주선은 우주정거장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페이스X의 경우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과 무인 화물 우주선 '카고 드래곤'의 상업 비행을 통해 우주에서의 인원·물자 수송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우주 주유소'를 노리는 미국의 오빗 팹은 올해 4분기 중 위성에 연료를 보급하는 궤도 유조선을 발사할 예정이고, 아스트로스케일과 클리어스페이스 등은 저궤도 혼잡으로 인한 충돌 위험이 커짐에 따라 수명이 다한 위성을 포획해 제거하는 기술을 올해부터 실증할 계획이다.
또 플래닛랩스와 블랙스카이는 AI 분석 플랫폼 기반 DaaS(서비스형 데이터) 모델을 구축했다. 실시간으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농작물 수확량 예측, 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 기업 경영을 위한 핵심 지표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성통신 분야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6G 시대의 네트워크 주도권을 잡기 위해 3200억원 규모의 저궤도 위성통신 R&D(연구개발) 사업을 확정했으며, 2030년 초까지 6G 기반 위성 발사 및 시범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미국에 맞서 중국이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추격하는 등 저궤도 산업은 지구 경제의 지형을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실험실을 벗어나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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