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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재직 시절 프랑스 떼제베(TGV) 기술을 이전받아 KTX(고속철)를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 '연결 기술'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고속 이동체와 통신, 레이저 기술의 기반이 결국 전파와 같은 연결 인프라에 달렸더라고요. 내 사업을 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든 출발점이었습니다."
2014년 위드웨이브를 설립한 이용구 대표는 연결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56기가비트(Gbps) 초고속 커넥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고, 세계 최초로 145기가헤르츠(GHz) 동축 커넥터를 상용화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에 대한 선구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145GHz는 1초에 1450억회 진동하는 전자기 신호를 의미하는데, 진동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어 AI 데이터 전송 환경의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90GHz 수준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한 단계 높은 대역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는 220GHz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X(AI 전환) 인프라 국산화 관점에서 주목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400Gbps에서 800Gbps, 나아가 1.6테라비트(Tbps)로 빨라지는 시대, 초광대역 연결 부품은 인프라의 필수 요소가 됐다. AI(인공지능)·양자컴퓨터·우주 데이터센터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K-문샷'(과학기술 혁신 가속 및 국가적 난제 해결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도 연결 인프라가 꼽힌다. 첨단 기술의 필수 키워드인 반도체 시스템을 완성하려면 데이터 손실 없는 네트워크가 필요해서다.
이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10년 안에 1.6Tbps망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AI 칩이 있어도 이를 연결하는 전송선로가 받쳐주지 못하면 성능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드웨이브는 수인분당선 기흥역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와 인접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과 맞닿아 있다. 공장 전체 면적은 약 6600㎡(2000평) 규모로, 연구실과 생산라인이 한 건물 안에 있다. 설계부터 시험, 양산까지의 과정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5톤(t)에서 100t급 초정밀 사출기 14대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는 반도체 장비와 고주파(RF) 장비,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부품을 소량 다품종 방식으로 생산한다. 머리카락보다 작은 오차까지 관리하며 전송선로 구조를 구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 대표는 "작은 공차만 어긋나도 고속 신호 품질이 무너진다"며 "금형·절삭 가공·PCB 제작·도금 등 공정을 내부에 구축해 핵심 부품을 처음부터 직접 생산하는 수직 통합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출기 인근 선반 위에 놓인 초고속 커넥터 하나를 들어 보였다. 손가락 두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부품이지만 가격은 40만~100만원. 최신 반도체용 제품은 30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수요가 넘쳐난다. 주요 고객사는 마벨, 브로드컴, 시스코, 스페이스X, IBM,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네트워크 기업들이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위드웨이브의 최근 사업 영역을 양자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 전파망원경 설계 과정에서 극저온 환경에서 미세 우주 신호를 다뤘던 경험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터용 극저온 연결 부품 개발에 나섰다.
회사 내부에 양자·통신용 케이블 제조 라인 4개와 양자컴퓨터 부품 측정실도 운영한다. 측정실에는 절대온도 4켈빈(영하 269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챔버를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이곳에서 극저온 연결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다. 양자 분야에서는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극저온 신호 증폭기와 초전도 케이블 국산화했고 관련 매출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정부 R&D 지원을 통해 양자컴퓨터용 수신부와 연결 부품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잘 보이지 않는 '연결 부품' 시장이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표준을 만드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