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戰 10년후…다시 AI와 겨룬 이세돌, 대결 아닌 '협업' 선언

최태범 기자
2026.03.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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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핸스 주최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이세돌 9단이 인핸스의 'AI OS'를 통해 AI 바둑 모델을 개발했다. /사진=최태범 기자

"10년 전에는 AI(인공지능)와 대결했는데 이제는 AI와 인간이 협업해서 같이 나아가는 상태로 바뀐 것 같다. 우리가 풀지 못하는 정말 많은 난제가 있는데 AI와 함께 비교적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단 몇분 만에 AI와 협업해 바둑 프로그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AI가 인간의 발전을 돕는 파트너임을 실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용 에이전틱 AI를 구축하는 스타트업 인핸스(Enhans)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AI 산업이 '모델 개발'에서 '에이전트 활용' 중심으로 이동하는 패러다임 변화와 그 상업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국이 열렸던 날과 같은 3월9일, 동일한 장소에서 10년 만에 다시 이세돌 9단이 AI를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그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 4패로 졌지만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유일한 인간이다.

인핸스는 과거 인간과 대결했던 AI가 이제는 인간의 의도를 완벽히 수행하는 '협업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부각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세돌 9단이 직접 무대에서 인핸스의 AI 에이전트와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바둑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술 시연이었다.

이세돌 9단이 인핸스의 'AI OS'를 통해 개발한 바둑 모델 /사진=최태범 기자

이세돌 9단은 음성 명령만으로 인핸스의 'AI OS'와 함께 바둑 프로그램을 즉석에서 10여분 만에 뚝딱 개발했다. 인핸스의 AI는 실시간 웹 검색부터 기획서 작성, 코드 배포까지 알아서 완수하는 멀티 에이전트 협업 과정을 보여줬다.

하나의 AI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 이세돌 9단은 자신이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과 짧게 몇 수를 둔 뒤 "정식 대결은 아니었으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이기기 어려운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대국 용도보단 아이들을 위한 바둑 교육에 중점을 두고 개발된 이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을 향해 '잘하고 있으니 용기있게 다음 수를 두어보라'고 조언할 때는 장내 웃음이 터졌다. '바둑계의 전설'을 향해 갓 태어난 AI가 훈수를 두었다는 점에서다.

이세돌은 9단은 "실력 보다 더 놀라운 것은 짧은 시간에 바둑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AI의 역할 그 자체"라며 "이런 AI OS가 있다면 바둑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해 볼만한 일들이 매우 많을 것 같다. 개인에게도 접근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그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바둑의 경우 AI가 효율적으로 두는 것은 맞지만 인간처럼 한 수, 한 수에 자신의 삶이나 상대와의 기억, 감정을 담아서 두는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I 시대 프로바둑 업계의 전망에 대해서도 "인간의 바둑은 기술적인 것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라이벌과의 기억이나 사적인 인연까지 포함해 한 수를 둔다"며 " AI는 AI일 뿐 인간의 바둑은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핸스는 이번 행사에서 '온톨로지'(Ontology)와 'CUA'(Computer-Using Agent) 기술력을 적극 부각했다. 온톨로지는 AI가 인간의 의도와 비즈니스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고, CUA는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인간처럼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는 "B2B 환경에서는 AI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으므로 온톨로지 기술을 통해 AI가 기업이나 개인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지식을 구축함으로써 AI의 신뢰성 및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AI OS의 첫 번째 타겟은 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해 궁극적으로는 각 개인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각인시키고 전세계 기업들이 에이전틱 AI와 협업하는 AI OS 시대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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