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모태펀드 확충, 국민성장펀드 신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 적지 않은 창업 정책을 선보였다. 이 같은 정책이 벤처·스타트업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산업계와 학계, 지원기관 등의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의 문턱이 낮아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칫 혁신 창업이 아닌 소상공인 지원으로 정책이 변질될까 우려했다. 두 창업의 성격이 다른만큼 정책 방향도 달리 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인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지식 기반의 창업을 장려해야지 (자영업) 개업을 시키면 안된다"며 "모두의 창업으로 1인 창업을 양산하면 겉보기에 일자리는 늘어날지 몰라도 지식 축적과 네트워킹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전 교수는 "다수의 작은 창업을 늘리기보단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싹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역시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 기반 혁신 창업'과 '소상공인 창업'이 모두의 창업이라는 같은 틀 안에 섞여 있다"며 "안전하게 가야 할 창업자에게 모험을 권하거나 과감히 베팅해야 할 창업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2178억원의 예산으로 6만명이 넘는 국민의 도전을 이끌어낸 정부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창업의 입구를 활짝 열어놓은 만큼 이제는 출구 경로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지영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회수시장 다변화'를 꼽았다. 그는 "기업공개(IPO) 한쪽에만 회수 통로가 쏠려 스타트업 생태계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며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 시장을 키워 구주가 거래될 제도권 시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대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주문했다. 그는 "코스닥이 기업 규모로만 구분되다 보니 사실상 2부 리그처럼 인식된다"며 "미국 나스닥이 혁신기업 전용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코스닥도 혁신기업 전용 시장으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UKF코리아 대표인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 대부분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이 마무리 과정에서 갈등이 다수 발생한다"며 "정부가 창업 진흥과 성장 과정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만큼이나 실패와 마무리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연구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지영 대표는 국민성장펀드와 모태펀드 역할의 중복을 해소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두 거대 자금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야 자본 공급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권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때 적용 받는 위험가중치 부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외부자금 조달이나 해외투자 제한 등의 규제를 풀어 민간자본이 유입될 길을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민 교수는 공적자금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페이스북도 상장할 때까지 10년이 걸렸다"며 "국민성장펀드나 딥테크펀드가 AI 분야에 중장기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훈 변호사는 벤처캐피탈(VC) 구조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이원화된 것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창업 진흥을 맡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시장 안정을 맡는 금융위원회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중기부가 어떤 정책을 펴도 신기사 중심 투자 영역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관 대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한번 고용하면 내보내기가 구조적으로 너무 어려워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전체 고용 인원의 일정 비율을 경옆 판단에 따라 내보낼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채용을 주저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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