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미쳤다"던 이 남자...쓰레기만 쏙쏙 골라 '1500억' 번다

최태범 기자
2026.08.03 10:00

[인터뷰]톰 재키 테라사이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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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재키(Tom Szaky) 테라사이클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매일 버리는 쓰레기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알루미늄 캔, 페트병, 종이 상자처럼 돈이 되는 품목만 일부 회수될 뿐 커피 캡슐이나 화장품 용기, 과자 봉지 같은 대다수 생활 폐기물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땅속에 묻힌다.

이렇게 버려지는 폐기물을 '금맥'으로 보는 기업이 있다.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도 손대지 않던 쓰레기만 골라 수거하고, 이를 새로운 원료로 되살리는 글로벌 재활용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이다.

테라사이클은 구호로만 존재하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하나의 사업 모델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쓰레기의 85%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점에서 테라사이클은 한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바라보며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지렁이 비료'로 시작한 25년…"돈 안 되는 85%가 우리 시장"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테라사이클 창업자인 톰 재키(Tom Szaky) 대표의 이력은 남다르다. 14살에 첫 사업을 시작했고, 미국 프린스턴대에 입학한 뒤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인 지렁이의 배설물로 비료를 만드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학교를 중퇴하고 2001년 테라사이클을 세웠다.

그는 "처음엔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남이 버린 페트병에 지렁이 비료를 담아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등에 판매했던 이 경험은 '기존 시스템 밖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방식'을 익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재키 대표는 "테라사이클의 목적은 버려지는 것들을 더 가치 있는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물건을 만든 기업에 재활용 처리 비용을 받는 모델을 고안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협력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키의 경우 낡은 신발을 수거해 재활용 운동화를 만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일본 문구 브랜드 파일럿(Pilot)은 테라사이클이 수거한 폐(廢) 볼펜을 원료로 새 볼펜을 만든다. 한국에서도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KT&G 등이 테라사이클과 손을 잡았다.

그는 "한국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15%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85%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며 "경쟁이 없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익성이 없어 재활용되지 않는 그 85%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재키 대표에 따르면 재질 가치만으로 수거·가공 비용을 뽑을 수 있는 알루미늄이나 종이 같은 품목은 누구나 가져가려 해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수거·처리 비용이 결과물의 가치보다 큰 폐기물은 표면적으로 경제성이 없어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그는 "테라사이클은 이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비용을 낼 의사가 있는 제조사와 소비자를 찾아 시장 자체를 만들어낸다"며 "전구·장갑·펜 재활용까지 모든 솔루션을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테라사이클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영역이 곧 진입 장벽
제로 웨이스트 박스 /사진=테라사이클 제공

테라사이클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앞세워 현재 20개국에서 약 500명의 직원과 함께 연매출 약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 박스'를 아시아 중 가장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이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 마련에 나섰다. 제로 웨이스트 박스는 소비자나 기업이 직접 수거 박스를 유료로 구매해 재활용품을 모아 보내면 테라사이클이 수거·처리하는 서비스다.

'돈을 내고 재활용한다'는 개념이 아직 낯설 수 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를 상쇄한다는 게 테라사이클의 관점이다. 이 서비스는 칫솔, 알약 포장재, 스펀지, 마스크 등 시장이 없는 온갖 쓰레기를 다룬다.

한국에서는 우선 39가지 품목으로 시작하며 향후 2300개 카테고리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재키 대표는 돈을 내고 재활용한다는 개념이 낯설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 어디서든 처음엔 새로운 개념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국가들에서 박스 재구매율이 90%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시장이 준비됐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수거·재활용하는 폐기물의 양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음은 일본, 태국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재키 대표는 "출시 전부터 이미 한국 기업들의 박스 구매가 많이 이뤄졌다"며 "현재 화장품 용기, 커피 캡슐, 과자 봉지 등 39개 품목의 박스를 갖췄고 장기적으로 품목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까다로운 규제는 오히려 기회"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4월 21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작업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경우 폐기물 관련 규제가 까다롭다는 지적에 대해 재키 대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정부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처럼 기업이 포장 비용의 일부를 재활용에 투자하도록 하는 규제를 만들수록 테라사이클 같은 회사가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업체 등에서 이미 재활용이 가능한 것에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재활용 체계와 경쟁하지 않고, 아직 재활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영역만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재키 대표가 재활용 다음으로 주목하는 것은 '재사용(Reuse)'이다. 물건을 만든 재료를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건의 형태 그대로를 세척·수리해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자체 재사용 플랫폼 '루프(Loop)' 개발에만 약 5000만달러(약 730억원)를 투자했다고 한다.

루프는 소비자가 위스키, 코카콜라, 케첩, 세탁 세제 등을 전용 재사용 용기에 담긴 제품으로 구매한 뒤 다 쓴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테라사이클이 회수된 병을 세척해 다시 제조업체로 보내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키 대표가 그리는 5년 후 한국의 모습은 순환경제가 한층 뿌리내린 시장이다. 그는 "재활용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다른 기업들이 경쟁하며 더 큰 성장을 이루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며 "그것이 더 나은 규제와 더 많은 자금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익성을 갖춘 만큼 투자유치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다면 1000만~2500만달러(약 146~365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재키 대표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기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떠났을 때 지구상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나를 그리워하기를 바란다"며 "남기고 간 영향이 긍정적이어서 내 기여를 그리워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성공한 삶"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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