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스타트업 美에 뺏길라"…EU판 국민성장펀드 첫 투자처는?

송정현 기자
2026.08.15 06:00

[글로벌스타트업씬] 8월2주

[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챗GPT 생성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챗 GPT를 통해 만든 이미지

유럽연합(EU)이 최대 50억유로(한화 약 8조원) 규모를 목표로 조성하는 '스케일업 유럽펀드'를 본격 가동했다. 미국과 아시아에 비해 부족했던 후기 단계 투자자금을 확충해 유망 기술기업이 자금을 찾아 유럽을 떠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14일 테크크런치 등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스케일업 유럽펀드(Scaleup Europe Fund)'를 공식 출범하고 첫 투자처로 핀란드 위성기업 아이싸이(ICEYE)를 낙점했다. 해당 펀드는 미국 투자사 제너럴애틀랜틱과 함께 아이싸이의 시리즈F 라운드를 공동 주도했다.

EU가 마중물, 민간이 함께 뛴다…8조원 '유럽판 성장펀드' 가동
이에릭 ICEYE 한국지사장이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에서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 여는 미래'에 대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chmt@

스케일업 유럽펀드는 기존 EU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공공자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EU 집행위원회가 1차 펀딩에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출자했으며 세계 최대 보험사 독일의 알리안츠,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 덴마크 노보홀딩스 등 유럽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같이 참여했다.

향후 펀드 운용은 운용자산(AUM) 3000억달러(약 430조원)가 넘는 스웨덴계 글로벌 사모펀드 EQT가 맡는다. EQT는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가문의 투자회사 인베스터AB 등이 설립한 글로벌 사모투자회사다. EQT는 자체 자금도 출자하는 한편 추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2027년까지 펀드 결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유럽 내 후기 성장(시리즈B 이후) 단계에 있는 딥테크와 생명과학, 첨단제조, 디지털 기술 등이다. AI(인공지능), 바이오, 에너지, 로봇, 반도체, 우주산업 등 유럽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가 주요 투자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첫 투자처인 아이싸이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활용해 날씨나 낮·밤에 관계없이 지구를 관측하고 관련 정보를 정부와 기업에 제공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지정학적 긴장으로 위성 기반 정보·감시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시리즈F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만 110억달러(15조5000억원)가 넘는다.

앞서 에릭 리 아이싸이 한국지사장은 지난 4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핀란드의 벤처투자 생태계가 지금의 아이스아이를 만들었다"며 핀란드의 모험자본 생태계를 강조한 바 있다. 스케일업 유럽펀드가 첫 투자처로 아이싸이를 낙점한 것도 이 같은 딥테크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라팔 모드르제프스키 아이싸이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주 기반 정보는 각국 정부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스케일업 유럽펀드는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유럽을 떠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U는 향후 펀드 규모를 최대 250억유로(약 41조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럽 스케일업펀드의 첫 투자처로 아이싸이가 공식 발표되자 라팔 모드르제프스키 아이싸이 CEO(최고경영자)가 자신의 SNS에 소감을 밝혔다. /사진=라팔 모드르제프스키 링크드인 캡처

"10억달러만 받으려 했는데"…150억달러 들고 줄 선 VC

/사진=데이터브릭스 공식 홈페이지 스크린샷

미국 데이터·AI 기업 데이터브릭스가 당초 계획보다 5배 많은 50억달러(약 7조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10억달러만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15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투자 의향이 몰리면서 규모를 대폭 조정했다.

14일 테크크런치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터브릭스는 최근 50억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기업가치는 1900억달러(약 263조원)로 불과 6개월 전 1340억달러에서 약 42% 뛰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글로벌 VC(벤처캐피탈) 코튜가 주도했다. 블랙스톤과 엠지엑스(MGX) 등이 참여했으며 식스스트리트그로스, 본드(BOND), 클리어레이크캐피털, 포인트72, 티피지(TPG) 등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2013년 설립된 데이터브릭스는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이터·AI 인프라 기업이다. UC버클리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 '아파치 스파크'를 개발한 연구진이 공동 창업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투자에 몰린 배경에는 가파른 실적 성장세와 AI 사업 확대가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성장하며 연환산 매출 70억달러(약 9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출시한 AI 에이전트용 데이터베이스 '레이크베이스(Lakebase)'도 연환산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데이터브릭스가 실적 호조에도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AI 사업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사용 계약을 맺고 있으며 100명 규모의 AI 연구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AI 보안기업 팬서(Panther) 등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데이터브릭스는 최근 20개월 동안 2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비상장 시장에서 조달했다. 알리 고드시 데이터브릭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상장할 계획이라면서도 "당분간 AI에 투자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AI 코딩' 뜨자 'AI 코딩 검사관'에 뭉칫돈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 챗 GPT를 통해 만든 이미지. /사진=챗GPT생성

AI가 코드를 만들어주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 확산하면서 기업이 생산하는 코드의 양과 속도도 크게 늘자, 이번에는 이를 검증하는 기술에 글로벌 VC 자금이 몰리고 있다.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AI 코드 검증 스타트업 코드래빗(CodeRabbit)이 최근 1억43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이번 투자는 유럽계 VC 아토미코와 미국 VC 스매시캐피탈이 공동으로 주도했다. BMW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BMW i 벤처스와 미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데이터독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3년 설립된 코드래빗은 AI를 활용해 개발자가 작성하거나 AI가 생성한 코드를 자동으로 검토하고 오류와 보안 취약점 등을 찾아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매주 200만건 이상의 코드를 검토하고 있으며, 글로벌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업) 엔비디아를 비롯해 BMW, 제이프로그(JFrog) 등 1만700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코드래빗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AI 코딩 도구의 확산이 있다. AI가 개발자의 코딩을 돕는 단계를 넘어 사실상 코드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이를 검증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번 투자를 공동 주도한 아토미코의 루카 아이젠스테켄 파트너는 로이터통신에 "AI가 세계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되면서 기업들은 어떤 AI 모델이 코드를 만들었는지와 관계없이 소프트웨어를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체계를 점점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코드 검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잇따르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AI 코딩 인프라 스타트업 블랙스미스(Blacksmith)도 최근 4500만달러(약 6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는 5억5000만달러(약 7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시리즈A 당시 약 6000만 달러(약 850억원)였던 기업가치가 1년이 채 되지 않아 9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블랙스미스는 AI가 생성한 코드를 실제 서비스에 배포하기 전에 빌드·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테스트에 실패한 코드를 자동으로 수정하는 AI 에이전트까지 선보였다.

아디티야 자야프라카시 블랙스미스 CEO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코드 검증은 여전히 병목이며 사람들이 더 많은 코드를 작성하면서 그 병목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