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 어때요?" 전화통 불난다...월가 투자자도 '한국 기업'에 관심

"그 회사 어때요?" 전화통 불난다...월가 투자자도 '한국 기업'에 관심

김은령 기자, 방윤영 기자, 김경렬 기자, 김나경 기자, 성시호 기자
2026.09.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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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돈 버는 해외진출] <1> 종합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국경이 사라진 투자 환경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증권사들의 주요 해외 법인을 찾아 글로벌 진출 전략을 살펴보고 글로벌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찾아본다.

"서학개미 안 부러워"...증권사, 해외 투자 순익 '1조원'

영국 런던 시티오브런던 소재 런던증권거래소(LSE). /사진=성시호
영국 런던 시티오브런던 소재 런던증권거래소(LSE). /사진=성시호

#NH투자증권 뉴욕 현지법인에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다른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 주문을 넣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미팅이나 깊이 있는 리서치 자료를 요청한다. 한국 기업을 직접 탐방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져 이를 조율하는 업무로 바빠졌다.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올해 본사와 함께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신디케이트론 공동 주관을 맡아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규모는 각각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 3억달러(약 4100억원)다. 홍콩법인은 자기자본투자와 채권 중개에 그치지 않고 본사·다른 해외법인과 함께 IB(투자은행) 딜을 발굴하고 현지 투자자에게 국내 주식과 금융상품 투자를 연결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이 고공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가운데 돋보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 기회가 커졌다. 올해 증권업계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3곳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미래에셋증권은 세전이익)은 약 95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증권사 해외법인 순이익(654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동기보다 480% 급증한 8523억원, NH투자증권이 67.9% 늘어난 49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33.7% 늘어난 48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해외점포 순이익 추이/그래픽=임종철
증권사 해외점포 순이익 추이/그래픽=임종철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과 홍콩 등 기존 아시아 법인의 수익 기반이 안정되는 가운데 미국 IB(기업금융), 크레딧 사업 성과가 확대되며 수익원이 다변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법인별 핵심 비즈니스가 안정화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평가이익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실적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7년 480만달러에 불과했던 해외법인 순이익은 지난해 4억558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초대형IB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사업을 넓혀 해외 사업 규모가 한 단계 뛰었다. 이후 최근 2년간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와 해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가 늘어난 점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고 IB, 크레딧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2년간 이익 증가율은 150%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0년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리테일 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다. 베트남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은 9위, 미래에셋증권은 10위에 올라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대형 리테일 증권사인 쉐어칸을 인수하며 현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홍콩, 런던 등 선진 시장으로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IB와 자기자본투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금융상품 투자를 연결하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임경준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최근 한국 금융사의 해외사업과 해외 투자자의 한국 투자는 동시에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에 나가 현지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홍콩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 금융상품에 얼마나 쉽고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에서 국내 증시와 증권업계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우연광 한국투자증권 KIS US 법인장은 "은행 예금에서 자본 시장 투자로 바뀌고 있는 한국의 큰 흐름에 해외 IB들의 관심이 많다"며 "최근 뉴욕에서 열린 IR 행사인 'KIS 나잇'에서도 누버거, JP모간 등 유수의 IB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중석 한국거래소 런던사무소장은 "코스피가 9000을 넘으면서 글로벌 브랜드가 된 것 같다"며 "최근 IR에서도 온도 차이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 규제와 시장 환경이 다르고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는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고 자본시장 발전 단계도 제각각이어서 시장별로 차별화된 전략과 투자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현지법인에 대한 자본 투입과 신용공여,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 등에 적용되는 국내 건전성 규제를 사업의 실질과 위험 수준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분투자·해외기관 협력' 해외사업 속도내는 증권업계

증권사 해외법인 진출 현황/그래픽=윤선정
증권사 해외법인 진출 현황/그래픽=윤선정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외국인 통합계좌 등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처럼 현지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현지 증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현지 기관과 협력하는 실리형 행보가 두드러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인도 상장 금융그룹인 초이스그룹의 증권 부문 자회사 초이스에쿼티브로킹(CEB)에 1423억원을 투자해 지분 32.2%를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올랐다. 앞으로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도 참여하며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지법인을 직접 세우거나 JV(합작법인)로 경영권을 확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유력 금융사에 지분을 투자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쪽으로 글로벌 전략을 다변화한 것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현지 10위권 증권사였던 쉐어칸을 인수해 인도 시장에 먼저 발을 들였다. 현재 인도 전역에서 약 1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주력인 주식중개업에서 펀드·ETF(상장지수펀드)·보험 등 금융상품 판매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HNI(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금융 솔루션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넓힐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유수 금융사와의 제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휴사가 금융상품과 투자 정보 등을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 기회를 국내 시장과 연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피델리티, 핌코, 칼라일과 잇따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리서치·자산관리·대체투자 분야에서 전방위로 협력하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 리테일·IB(투자은행) 사업과 선진시장 글로벌 IB·기관 영업 역량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K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외국인 투자자 대상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 개인투자자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하나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하며 앞서나가고 있고,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해외 기관과 협업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증권업계의 최근 글로벌 전략은 수익성과 실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별로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 규모 확대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타 치던 외국인, 밸류업 관심...월가도 한국기업에 빠졌다

"한국이 믿을 만한 투자시장이라는 신뢰를 주려면 미국 현지에서 유명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확산돼야 합니다."

신병묵 한국거래소 뉴욕사무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국 기업 투자만으로 고수익을 내고, K시장 펀드로 대박을 내는 이른바 '슈퍼스타' 성공 사례가 나올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뉴욕에서 현지 투자자에게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업 현황을 알리는 신 소장은 최근 밸류업 정책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자본시장이 가장 발달한 금융 중심지 뉴욕에서도 K자본시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머니투데이가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개별 기업에 대한 문의가 확 늘었다"며 한국 자본시장을 중장기 투자처로 깊이 있게 알고 싶어 하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 소장에 따르면 현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 방안을 살펴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과 한국 정책을 비교하며 "ROE 목표치를 제시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한다. 신 소장은 "기업 자본효율성을 높여 ROE를 8%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등 ROE 제고 계획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며 "가만히 있어도 일주일에 1~2일 이상은 한국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연락이 들어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올해 국내 시장지수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진득하게 주가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며 "미국 투자자들은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이익 체력을 높인 성공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외국인 통합계좌가 도입돼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 쉬워지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졌다. 투자자 의견이 들어오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9월부터는 외국인 통합계좌로 ETF(상장지수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게 돼 K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해외 각지에 자리 잡은 국내 증권사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됐다. 단순 주식 중개를 넘어 투자자의 K자본시장 공부와 기업 탐방까지 돕는 이른바 'K자본시장 투자허브'로 성장할 도약기를 맞은 것이다.

진상원 NH투자증권 뉴욕법인장은 "과거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 대형주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반도체 섹터 안에서도 개별 기업을 더 찾으려는 수요가 강해졌다"며 "한국 시장을 단순한 트레이딩(주식거래) 시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할 시장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기업 탐방, 산업 동향 리서치(연구 보고서)를 요구하는 기관투자자가 많아지면서 '미주 투자허브'로서 뉴욕법인의 역할과 중요성도 덩달아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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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김경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경렬입니다!

김나경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나경 기자입니다.

성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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