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의 숨은 전력 낭비 잡는다…"전력 효율 50%→95%로"

송정현 기자
2026.10.29 16:43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 김상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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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에서 'AI 반도체용 질화갈륨 기반 3D 수직 전력공급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AI(인공지능) 반도체에 공급하는 전력의 효율을 기존 50%대에서 최대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김상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 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에서 독자 개발 중인 AI 반도체 전력 공급 기술의 기대 효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팀이 개발 중인 기술은 반도체 칩 바로 아래에 전압 조절 장치를 수직으로 배치하고 질화갈륨(GaN) 소재를 적용해 전력 전달 과정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AI 반도체의 전력 소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이날 진행된 기술 평가에서 기술의 혁신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4대 과학기술원(KAIST·DGIST·UNIST·GIST)의 주요 연구 성과 가운데 우수상을 받았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전력 소모량도 급증하고 있다. 단일 칩이 1㎾(킬로와트)급 전력을 소모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외부 전원을 칩 내부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체 전력의 30~40%가 손실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전력 소모가 늘어날 경우 전송 손실률이 최대 50%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AI 반도체는 칩 옆에 배치된 전압 조절 장치에서 전압을 낮춘 뒤 전기를 수평 공급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같은 전력을 공급할 때 전압이 낮을수록 전류량이 늘어나 배선 저항에 따른 발열과 에너지 손실이 심화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압 조절 장치를 반도체 칩 바로 아래에 수직으로 배치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류가 흐르는 거리를 줄였다. 높은 전압을 유지한 채 칩 바로 아래까지 전기를 전달한 뒤 칩이 사용하는 1V(볼트) 안팎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많은 전류가 흘러야 하는 구간을 최소화해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소재가 질화갈륨이다. 전압 강압에 필요한 초고속 전력 스위치는 저항이 클수록 전기가 열로 소실된다. 질화갈륨은 기존 실리콘 대비 높은 전압을 견디면서도 저항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고온 공정이 필요한 질화갈륨 소자와 실리콘 반도체의 직접 결합이 어려운 문제는 두 소자를 별도로 제작한 뒤 접합하는 독자 이종접합 공정으로 해결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소자도 함께 개발했다. 좁은 공간 내에 많은 전기를 축적하기 위해 특수 소재와 3차원 입체 구조를 적용한 고밀도 커패시터(축전기)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칩 전력 전달 효율이 기존 50%대에서 85~95%까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연구 성과는 반도체 소자 분야의 주요 국제 학회인 IEDM과 VLSI 심포지엄에 여러 차례 채택됐다.

김 교수는 "1~2년 전만 해도 비슷한 연구를 하는 곳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질화갈륨 기술력이 강한 중국에서 관련 연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기업 중에서는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오랫동안 개발해 온 인텔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공급 병목 해결"…기술이전·창업 가능성도 검토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에서 김상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오른쪽)가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원장상인 우수상을 수상한 뒤 시상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연구팀은 현재 개별 개발한 부품들을 하나의 통합 회로로 패키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와 질화갈륨 소자, 커패시터를 결합해 실제 회로 수준에서 전력 공급 효율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검증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상용화를 위한 대량생산 체계 구축은 과제로 꼽힌다.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 칩과 전압 조절 장치를 서로 다른 공정으로 제작한 뒤 결합해야 하는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관련 패키징 공정을 아직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 교수는 "연구실 수준에서 먼저 성능을 입증해 파운드리가 관련 공정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화는 기술이전과 라이선싱을 우선 추진하되 필요할 경우 직접 창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사업화를 생각하면 최종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개발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며 "이 자리를 빌려 기술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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