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 김신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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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색소는 시간이 흐르면 퇴색되고 합성 과정에서도 환경적 소모가 크지만, 구조색은 미세 구조만 유지하면 본래 색상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기술입니다."
김신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 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에서는 독자 개발한 마이크로돔 기반 차세대 구조색 기술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기술이 화학 색소나 염료를 일절 쓰지 않고도 반도체 노광과 몰딩 공정을 결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혁신 소재라고 소개했다. 이어 위조 방지 보안 라벨부터 프리미엄 패키징, 영구 보존용 예술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산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기술 평가에서 김 교수팀은 기술의 혁신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아 4대 과학기술원(KAIST·DGIST·UNIST·GIST) 연구 성과 가운데 장려상을 수상했다.
구조색은 화학 색소 대신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이용해 색을 내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페인트나 잉크는 색소가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색을 나타내지만, 구조색은 물질의 미세구조에서 빛이 반사되고 서로 간섭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색소와 달리 구조만 유지되면 색이 바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기존 구조색 기술은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패턴을 균일하게 정렬해야 해 넓은 면적에 걸쳐 대량생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김 교수 연구팀은 나노구조 대신 약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반구형 미세구조인 '마이크로돔'을 투명 기판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공정 난도를 낮췄다. 빛이 둥근 돔 표면 안팎에서 여러 차례 반사되는 과정에서 특정 파장의 빛이 강화되는 원리로, 돔의 직경과 배열 밀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다채로운 색 조합을 만들어낸다. 나노구조를 활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향후 대량생산에도 유리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포토리소그래피(노광) 공정과 몰딩 복제 기술을 접목해 양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자외선 감광 고분자로 미세 기둥을 세운 뒤 열처리를 통해 돔 형태로 변형시키고, 이를 금형으로 찍어내듯 투명 기판에 연속 복제할 수 있도록 공정을 단순화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약 20만개의 마이크로돔을 집적해 가로 1㎝, 세로 1.3㎝ 크기의 기판 위에 조선시대 명화 '일월오봉도'를 색소 없이 정밀하게 재현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인상, 해돋이' 등 서양 유명 회화도 같은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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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방지부터 예술 작품까지…구조색의 무한한 변신

이번 기술은 위조 방지 분야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지폐의 위조 방지 장치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도록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수 필터를 거쳐야만 식별되는 숨겨진 패턴이나 암호 정보도 삽입할 수 있어서다. 일반적인 인쇄 공정으로는 정밀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향후 명품이나 고가 소비재의 정품 인증 태그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기존에 쓰이지 않던 새로운 광학 소재인 데다 미세 문자를 통한 고난도 암호화가 가능해 기술적 복제가 어렵다"며 "특정 편광에만 반응하는 광학적 특성 역시 기존 인쇄 기술로는 모방하기 힘든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접촉 감지 센서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마이크로돔 표면에 외부 물체가 닿으면 빛의 반사 조건이 바뀌면서 색이 사라지고, 접촉이 떨어지면 본래 색으로 돌아오는 물리적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복잡한 곡면의 표면 형상이나 미세한 물리적 접촉 여부를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로 구현할 수 있다.
김 교수가 주목하는 대표적 응용처 중 하나는 예술 산업이다. 물감 대신 구조색을 접목해 세월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는 영구 보존용 회화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특별 전시나 소장용 예술품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기존의 물감을 가지고 그리는 회화에서 벗어나 퇴색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보존될 수 있는 회화를 구조색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여러 예술 작가들과 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전시회도 열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패키징과 고급 인테리어 소재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소재 자체의 뛰어난 심미성이 고급스러운 감성 가치로 연결될 수 있다"며 "프리미엄 패키징이나 브랜드 보호,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몰딩 공정으로 미세구조를 반복 복제할 수 있어 양산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특정 산업만을 겨냥해 개발한 기술은 아닌 만큼, 향후 실질적인 수요처를 넓혀가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