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기업이 하면 안된다'는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사진)은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역시 '규제를 풀어줬더니 자기들 배만 불린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중소기업, 창업자들과 협업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원장은 저성장 기조의 원인을 3가지로 분석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됐고 △기업 투자가 활력을 잃었으며 △기술진보 등 생산성 향상도 더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인구 문제의 경우 현재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등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기술진보 역시 시스템이 완전히 선진국형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크게 기대할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성장률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대기업들은 '좁은 분야'에서만 신수종 사업을 찾고 있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장점을 결합하는 분야에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걸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업'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없이 다 같이 투자를 하게 만들되, 대기업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업'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협업의 모델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실리콘밸리의 구글 같은 기업은 신기술을 가진 작은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더라도 그 기업이 고유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유지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계속하게 돕는다"며 "인수된 기업이라도 비즈니스의 '파트너'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이 물량으로만 승부하는 줄 알았는데, 샤오미나 알리바바의 경우 '협업'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에서 경쟁력이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기업에 인수되면 '당신들은 그동안 잘해 왔으니 이제는 빠지라'며 경영진을 바로 교체하고 인수기업의 문화로 바꾸려한다"며 "그럼 정체성을 잃는데, 창의성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자연법칙에서도 '동종교배'가 아닌 '이종교배'가 경쟁력을 높인다"며 "삼성과 현대차, LG가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 앞으로도 삼성과 현대차, LG의 방식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만 내놓으면 대기업이 사업화로 이끌어주겠다는 개념인데 '협업'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우리 주력 산업의 실력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당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 점이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5년 정도 지나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