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월 '임금인상 해프닝'의 뒷맛

박종진 기자
2015.03.24 17:24

최근 행사장에서 만난 한 대기업 총수는 "임금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답답한 듯 되뇌었다. 임금 수준은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외부에서 임금 인상 여부 자체를 얘기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금인상 화두를 던지고 한차례 갑론을박이 지나갔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자 재계는 '당혹감'이 먼저였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다른 정책도 아니고 바로 임금을 올리라는데 그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임금인상 이슈가 연일 언론에 보도됐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재계는 대놓고 불만을 터트리지도 못했다. 13일 최 부총리가 경제장관들과 함께 경제 5단체장들을 만나 임금인상을 '공식' 요청하면서 논란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났다. 역설적으로 정부가 재계와 만나 임금인상 등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날부터 점차 이슈가 수그러들었다. 재계는 언급을 자제했고 정부는 '자율'을 내세우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고임금 문제는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애초 여력이 있는 기업은 좀 올리라는 것이었고 기본적으로는 협력업체가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고민하라는 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가격을 통제할 수 없듯 사실 민간기업의 임금도 정부가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정책적 필요성 때문에 '오버'를 한 셈이 됐다.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왔고 얼마가 됐든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비록 해프닝처럼 논란은 지나갔지만 기업이 풀어야할 임금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와 임금구조의 함수, 실질적 2~3차 협력업체 지원방안 등 기업이 외면할 수 없는 과제는 계속 쌓이고 있다.

6월에는 최저임금도 결정해야 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뺏는 '열정페이'란 말이 일상화되는 요즘, 최저임금의 현실화 못지않게 실현화도 중요하다.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이라 부르는 수많은 '알바생'들에게는 정부와 재계의 소모적 논쟁보다 해법 찾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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