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제2,제3 엘리엇 등장 막으려면?

김지산 기자
2015.06.29 03:29

삼성 이후 계열사간 합병비율 산정 제도개선 요구 대비해야

[편집자주]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지배구조를 주로 다루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제일모직과삼성물산합병비율에 관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문제제기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물었다.

그는 그냥 빙긋이 웃기만 했다. '뭐 다 알면서 물어보냐'는 뜻인지, '내 상황에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둘 다 내포한 것인지 아리송했다.

삼성물산이 저평가 된 반면 제일모직은 고평가 돼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수혜자고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라는 게 엘리엇의 주장이다.

과거 삼성물산을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를 찬찬히 훑어봤다. 4월 초부터 합병을 발표한 지난달 26일까지 30개가 조금 넘는 리포트의 절반 이상이 삼성물산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 어닝 쇼크 등 부정적 내용이었다. 이 중에는 계열사 보유 지분 가치와 시가총액간 괴리를 들어 매수를 권유하는 리포트도 있었다.

대략 실적과 다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보유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합병 발표 후 증권사 대부분은 약속이나 한 듯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미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합병 이후를 보자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주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 산정은 합법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건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이후다. 엘리엇 등장으로 주가에 기반한 합병비율 산정이 과연 정답이냐는 화두가 던져졌다. 갑론을박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너 중심의 확고한 지배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기업이라면, 해당 기업이 그 열쇠를 합병에서 찾는다면, 이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수많은 '을'들의 자기 권리 찾기가 탄력을 받았다.

엘리엇 효과를 본 뜬 헤지펀드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 기업을 휘저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라도 엘리엇이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을 선택하면 정부와 기업은 극도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와 기업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행보로 홍역을 치른 SK나 엘리엇 변수에 시달리는 삼성 케이스가 줄줄이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서다.

4대그룹만 보더라도 LG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 모두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의 최대 현안이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속에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준비하는 현대·기아차그룹도 언제, 어떤 헤지펀드로부터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 엘리엇이지만, 국민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일이 계속된다면 제2,제3의 엘리엇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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