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장 품목관세, 미국 대법원 판결과 무관… "차분히 상황변화를 지켜봐야"

국내 산업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정책 위법 판결을 두고 긍정적 영향보다는 오히려 정책 변동성 확대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불과 이틀 사이 관세율이 15%에서 10%로 낮아졌다가 다시 15%로 복원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향후 통상 정책의 방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보고 난 뒤 말씀드릴 게 있는지 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향후 부과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서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할 것 같고, 제가 미리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국은 원팀이 돼 이런 문제들을 잘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자동차·철강 등 일부 업종은 이번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들 품목은 상호관세와 별도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 및 파생관세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는 15%, 철강에는 50%의 관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조치가 아니었던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는 계속 유효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판결이 우리 자동차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업계도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도 상호관세 외에 철강 파생상품 관세 부담도 큰 상황인데, 이번 판결로 이 부분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 방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기존 상호관세 축소·폐지로 줄어든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미국이 품목관세를 추가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등의 품목관세율을 높이거나 반도체, 의약품, 특정 식품 등 주력 수출 품목으로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토대로 진행돼 온 한미 관세 합의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관세 무효분을 만회하기 위해 품목관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상황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며 최적의 대응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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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 확대를 경계하면서도 한국이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적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 판단은 마무리됐지만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차분히 상황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발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등 품목관세 적용 업종은 이번 판결의 파급 효과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국회가 아직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았고, 미국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리는 다양한 협상 카드, 이른바 '바게닝 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