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오는 18일 (주)SK의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지를 놓고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8월 사면 복권된 최 회장의 과거 전력이다.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들은 최 회장이 배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전력을 들어 등기이사 복귀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 행사 지침 중 법령상 결격사유가 있거나 주주권익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 사내 이사 후보 안건에 반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랐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자산을 운영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를 해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우선 최 회장이 이 같은 의결권 행사지침에 부적격한 인물인지의 여부다.
우선 법령상 결격사유 여부다. 우리 상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경우 전과 여부가 이사의 자격제한요건은 아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느리는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제38조(임원의 자격요건 등)에 실형과 관련한 제한 규정이 있다.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형 집행이 정지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같은 법 제40조에는 사외이사의 경우도 형집행 종료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는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영하는 업의 특수성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반 주식회사의 경우 상법 제382조(이사의 선임) 관련 규정에는 이사의 선임과 관련한 자격 제한은 없다. 상법에는 이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만을 강조할 뿐이다. 등기이사로 등재될 경우 회사에서 발생하는 손실 등에 대한 연대책임의 의무를 진다.
이로 볼 때 '예전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을 우려해 안된다"는 국민 정서적·감정적 문제만 아니라면 사면 복권된 최 회장이 법령상 결격사유로 등기이사가 못 된다는 이유는 찾기 힘들다.
두번째 반대이유로 든 주주권익 침해 우려 문제도 따져보자. 최태원 회장은 (주)SK의 지분 2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동생인 최기원씨의 지분(7.46%)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30.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최 회장은 이 회사에 가장 많은 '자기 돈'을 묻어놓은 사람이다. (주)SK는 SK이노베이션(33.4%), SK텔레콤(25.2%), SK네트웍스(39.1%)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다.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가장 많은 손해를 볼 사람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주변의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미래에 승부수를 던져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K그룹은 2014년과 2015년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재계에 돌았다.
최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한 셈이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최 회장의 이런 감각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그 뜻을 주주총회에서 주주에게 묻겠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최 회장에게 특별사면 및 복권을 시킨 이유가 어쨌든 그가 가지고 있는 기업인으로서의 위치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한번 더 주겠다는 의지였다.
기껏 사면 복권시켜 놓고, 등기이사라는 짐을 지고 기업경영활동에 전념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데 막을 이유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등기이사라는 직을 가질 경우 단순히 대주주의 위치보다 부과되는 책임은 더 크다.
재계 총수로는 최장기간인 2년 7개월의 복역 후 다시 한번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더 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