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자원이 풍부한 서호주 필바라 지역 내 필간구라(Pilgangoora) 광산. "이 붉은 땅속에 2억2600만톤의 리튬 원광이 잠자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연간 최대 24만톤의 리튬정광(불순물제거후 품위가 높아진 광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켄 브린스덴 필바라 미네랄스(Pilbara minerals·이하 필바라) CEO(최고경영자)는 힘주어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방문한 필간구라 광산에 들어서자 붉은색 땅에 흰 눈이 덮여 있는 듯한 큰 산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광산이다.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원광은 리튬 함량이 1% 수준으로 낮아, 30mm 이하로 잘게 파쇄하는 분쇄공정과 광석 성분의 밀도차이를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비중선별', '부유선별' 공정을 거친 후 순도가 높은 리튬정광으로 제품화된다.
약 6000톤의 리튬원광이 2~3시간의 공정을 거치면 약 1000톤의 정광이 된다. 정광은 마치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러웠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광산개발 기업인 필바라의 지분 4.75%와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장기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켄 CEO는 "필간구라 광산의 수명은 23년에 달하고 높은 품질과 많은 매장량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2차전지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짐에 따라 리튬 수요량도 지난해 25만톤에서 2025년까지 71만톤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 필간구라 광산은 그야말로 '리튬 전쟁'의 격전장이었다. 지난 7월 완료된 1단계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리튬정광은 지난달 중국 파트너사에 팔렸다.
한국은 리튬 확보 전쟁에서 '애송이'다. 세계적인 2차전지 생산업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리튬은 전량 수입한다. 포스코가 그나마 필간구라 광산 개발권을 획득한 것이 자원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내년 말부터 필간구라 광산의 50만톤 리튬정광 중 24만톤을 들여온다. 리튬정광 24만톤은 휴대폰 배터리 등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탄산리튬 3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성원 포스코 신사업실 부장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 선이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리튬에 관심을 가진 것은 9년 전이다. 2009년 바닷물에서 리튬을 뽑은 국책과제에 참여했다. 그 이후로 포스코는 리튬 직접 추출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빼는 기술을 확인했지만 염호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다. 대신 포스코는 광석과 원자재(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할 수 있는 기술과 광산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가 필바라의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바로 이 기술을 인정받아서다. 필바라는 포스코가 율촌산업단지에서 2020년부터 가동할 리튬공장에 지분 30%를 투자할 계획이다. 켄 CEO는 "포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튬 추출 기술 보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사업이 진행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석 리튬을 포함해 포스코는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염호 광권을 확보해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염수(소금물) 리튬 생산 공장도 짓기로 했다. 포스코는 2021년에 연 5만5000톤의 리튬 상업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리튬 5만5000톤은 전기차 약 110~120만대분의 베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부장은 "세계 1위 칠레의 리튬 생산 기업 'SQM'의 현재 생산량이 연 4만4000톤"이라면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1년 '세계 5위 내' 리튬 생산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