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에 2조4000억원을 '베팅'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전문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해외 공장을 건설하는데 대략 1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2개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도 남을 통 큰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전통적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하는 중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공격적 투자와 협업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래차 개발에 대규모 투자, 전방위 협업도=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의 투자와 협력은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다각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최대 카헤일링(차량호출) 업체인 그랩에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싱가포르에서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3월에는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고', '카넥스트도어'에도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이밖에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협업,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 모빌리티'를 올 4분기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중동에서는 지역 최대 카헤일링 플랫폼 업체 '카림'에 올 연말까지 차량 5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서울과 제주도·대전 등지에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인 '제트'(ZET) 구축을 마치고 중소 운영업체들과 협력해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글로벌 투자와 협업 전략도 눈에 띈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 전략 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오토톡스', 스위스 '웨이레이' 등 미래차를 혁신할 커넥티드카 서비스 및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투자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5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전기차(EV) 부문에서도 공격적 투자도 주목된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초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인 아이오니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 BMW와 다임러·폭스바겐·포드와 동일하게 20% 지분을 갖게 됐다.
지난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고성능 전기차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최고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미래 혁신기술을 주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크래들 베이징'을 열었다. 지난해 1월 전세계 혁신 기술 태동 지역 5곳에 혁신 거점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모두 구축하게 됐다.
미국에 '크래들 실리콘밸리'가 처음 들어선 이래 한국 강남에 '제로원', 이스라엘에 '크래들 텔 아비브', 독일에 '크래들 베를린'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현지 유망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동시에 이들과의 협업 및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