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삼성전자가 내걸었던 경영전략 목표인 '비전 2020'. 연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진입. 이건희 회장이 2009년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 40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약속'이었다.
'비전 2020'의 종료 시점이 가까워진 2019년 올해 삼성전자의 연매출 전망은 232조원, '비전 2020'의 해가 되는 내년 매출 전망은 253조원 수준이다. 사실상 4000억달러 목표 달성은 어려워졌다. 매출 목표 달성은 50% 수준에 머물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10대 기업 반열에 올라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비전 2020'을 발표할 당시, 무리한 목표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99년 창립 30주년 때 '10년 후 매출 100조원, 글로벌 IT업계 3위 진입'을 내걸었고 달성했다. 100조원 목표를 세울 당시 매출이 25조원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즉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역시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선언적 의미보다 '실제로 다 바꿨고 그 성과가 오늘의 삼성'이라는 의미가 크다.
'비전 2020'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세계 경제의 성장 정체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반도체 초격차, 13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둔화를 곱씹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 꽃피지 못한 소프트웨어 역량처럼 다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적잖다.
다만 이 지점에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은 기업 내부의 혁신 의지 못지 않은 외부 여건이다. 혁신의 둔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공유차량 서비스 우버가 금융업으로까지 보폭을 넓힐 정도로 일상화됐지만 국내 현실은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가 검찰에 기소될 정도로 열악하다. 혁신을 옭아매는 제도, 규제 압박은 기업 의지와 별개로 사회 전체가 돌아볼 부분이다. 반기업정서도 되짚어볼 시점이다.
앞으로 10년, 더 넘어 백년기업을 향한 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삼성전자만의 가치를 제시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매출 몇조원 달성 같은 진부함을 앞세울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나이키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로 세계 스포츠산업을 움켜쥐었다. 일본 토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2000년 도전정신이 옅어진 조직문화를 질타하면서 '타도 토요타'를 내걸었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달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혁신이든 상생이든 삼성만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삼성도, 대한민국 경제도 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