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천만원 8K TV 위해 삼성이 개발한 소리는?

발렌시아(미국)=최석환 기자
2020.01.13 11:49

LA 인근 오디오랩, 화질 기술 따라잡는 음향기술의 메카...TV속에 오케스트라 넣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발렌시아 지역에 위치한 삼성 오디오랩/사진제공=삼성전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이 막바지인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서쪽 모하비사막을 건너 LA 인근 발렌시아까지 5시간을 차로 달렸다. 삼성전자 사운드 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오디오랩'을 찾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수천 만원짜리 최고급 TV의 품질을 가르는 '화질' 못지 않게 중요한 '소리'를 개발한다.

오디오랩은 총 면적 1600㎡(484평)으로 아담한 규모지만 최첨단 음향기술 장비는 없는 게 없다. 무엇보다 '소리'에 미친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더 좋은 소리를 위해 매달린다.

삼성 오디오랩의 무반향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사운드 혁신의 산실 '오디오랩'…석·박사에 뮤지션까지 전문가 주도

삼성전자 오디오랩의 정식 명칭은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 산하 음향 기술 전문 연구소. 이곳에는 '무향실(Anechoic Chambers)'이나 '청음실(Listening Rooms)' 등 응용연구실들이 포진해 있고, 20여명의 오디오 전문가들이 뛰고 있다. 절반 이상이 음향분야 석·박사 학위소지자며, 8명은 엔지니어이다. 엔지니어 중 다수는 지금도 밴드 활동을 하며 소리에 민감한 뮤지션들이다.

오디오랩이 독자 개발한 '무반향실'과 경쟁사의 제품 비교가 가능한 '청음실'을 돌며 이곳에서 어떻게 삼성전자만의 소리가 설계되는지 지켜봤다.

석·박사와 뮤지션 등 사운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삼성 오디오랩 직원들/사진제공=삼성전자

무반향실은 소리 흡수에 가장 탁월하다는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삼각기둥 모형으로 사방이 채워져 있다. 그래야 소리의 울림(반향)을 거의 완벽하게 흡수하기 때문이다. 무음 공간인 이곳에서 TV 스피커는 물론 사운드바와 오디오 스피커의 전문 테스트가 이뤄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디오랩이 헐리우드 LA 인근에 자리 잡은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곳이 미국에서 음향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전문 인력을 구하는데도 이곳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오디오랩의 청음실/사진제공=삼성전자

'CES 2020'서 빛난 성과…‘OTS+'·'Q-심포니'로 TV 사운드 진일보

이 오디오랩의 가치는 올해 CES에서 확실히 빛났다. 이번 CES에서 첫 선을 보인삼성전자의 '2020년형 QLED 8K(해상도 7680×4320)'에 오디오랩 음향 기술이 적용되며, 화질 향상 수준에 걸맞게 사운드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고가 프리미엄 TV는 화면이 커질수록 생생한 영상에 걸맞는 웅장한 사운드가 필수. 특히 TV 영상 속 움직이는 사물들을 따라 사운드도 TV 속 스피커들과 함께 움직이는 ‘OTS+(Object Tracking Sound Plus)’ 기술은 2020년형 QLED 8K 기술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기술을 통해 TV만으로도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구현이 가능해졌다.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 같이 역동적인 화면에선 움직임이 있을 때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소리에도 몰입할 수 있다. 기존 화면 상·하단에 더해 측면 좌우까지 총 6개 스피커를 내장했으며 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사운드 기술을 탑재했다.

삼성 오디오랩의 무반향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오디오랩 개발 담당자인 앨런 드밴티어 상무는 "OTS 기술은 '딥러닝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재생 중인 콘텐츠의 장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3D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어떤 사운드가 입력되더라도 스테레오와 5.1 채널로 입체감 있는 멀티 채널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TV와 사운드바의 스피커로 명품 오디오의 풍부한 사운드를 찾아주는 ‘Q-심포니(Q-Symphony)’ 기능도 오디오랩만의 작품이다. 일반 사운드바는 TV와 연결되면 TV 소리를 없애고 사운드바로만 소리를 재생한다.

하지만 2020년형 QLED TV에 사운드바를 연결하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처럼 TV 상단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풍부한 서라운드 음향을 들을 수 있다. 사운드바를 통해 멀티채널 사운드와 강력한 저음까지 재생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주위 소음을 인식해 영상 속 화자의 목소리 볼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AVA(Active Voice Amplifier)' 기술도 오디오랩 연구가 왜 특별한 지 보여준다. 영화 속 믹서기가 동작하는 장면에선 배우들의 대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AVA 기능을 켜면 믹서기 같은 큰 소음에도 대사가 또렷이 들린다.

드밴티어 상무는 "삼성 오디오랩은 음향 기술 선도는 물론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TV 사운드 기술과 오디오 제품의 시너지를 통해 삼성 제품의 경쟁력을 한결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오디오랩 개발 담당자인 앨런 드밴티어 상무/사진제공=삼성전자

'무지향성 무선 360오디오'서 이어지는 혁신 DNA

삼성 오디오랩은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혁신의 노하우가 풍부한 조직이다. 2015년 CES에서 공개한 '무지향성 무선 360오디오'가 그 중 하나다. 이 제품은 특정 공간에 위치하더라도 360도 전방위 입체음향을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는 이전까지 오디오 시장의 트렌드를 바꾼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바'도 오디오랩의 기술 DNA를 잘 볼 수 있는 장치다. 상향 스피커를 본체 및 별도 분리형 후방 스피커에 내재해 누구나 가정에서 손쉽게 멀티채널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드밴티어 상무는 "삼성 오디오랩은 삼성 TV의 음질 혁신에도 많은 기여를 했고, 음향 기술 세계특허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해엔 오디오랩의 논문 3편이 오디오 음향 협회가 선정한 '톱 10' 논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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