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우한 대한항공 전세기가 김포에 내린지 불과 9시간 만에 조원태 한진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간 3자 연합을 공식화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우한 교민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한항공 전세기 첫 편에 승무원으로 탑승한 상황이었다. 일단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입장 발표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조현아 연합은 31.98%(의결권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조 회장(6.52%)은 물론 그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 지분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으로선 경영권 사수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의 핵심인한진칼은 오는 3월말 주주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조현아 연합이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부결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다.
결국 지분이 핵심이다. 조 회장은 지난 설 연휴에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을 만나 지난해 말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협력 관계를 다졌다. 이 고문의 의중은 막내딸 조현민 전무(6.47%)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들 모녀가 조 회장 손을 잡으면 지분싸움은 박빙이된다.
한진그룹과 조 회장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전투구식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식 입장 마련에도 신중하다. 일단 3자 연합에 대한 정면 대응보단 경영상 이슈에 충실히 대응하자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갈등으로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 최대 변수인 환율 문제도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중국 우한 사태도 당면 현안이 됐다. 700여명 교민을 국내로 수송하는 가운데 국책항공사인대한항공이 전세기 운항의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약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항공업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초기업적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특수성을 잘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