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백플립하는 로봇..."근데 이게 돈이 돼?" 1년 뒤 놀라운 진화

춤추고 백플립하는 로봇..."근데 이게 돈이 돼?" 1년 뒤 놀라운 진화

뉴욕·보스턴(미국)=심재현 특파원, 유선일 기자,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6.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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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1-上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 불붙은 '로봇 대전'...한국이 패권 잡으려면
지난 1월 5일(현지 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디어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된 모습./사진=[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지난 1월 5일(현지 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린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디어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된 모습./사진=[라스베이거스=AP/뉴시스]

휴머노이드(인간형)로 대표되는 첨단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발 앞서 나갔고 '제조업 강국' 한국과 일본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술과 자본, 제조 역량이 총동원된 글로벌 경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대응한다는 점에서 명령에 따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산업용·서비스용 로봇과 차별화된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체' 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완화, 기존 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5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5년 378억달러(약 58조1000억원)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AI(인공지능) 기업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미국을 피지컬 AI 강국 반열에 올렸다. 글로벌 최고의 인재·자본이 모이는 실리콘밸리, 혁신을 장려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를 뒷받침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이 청사진을 그리면 상하이라는 '실험실'이 각종 기술을 녹여내고, 이를 바탕으로 선전이 실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체계적인 분업 구조가 '저가 고품질'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임종철
/그래픽=임종철

이미 한국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조업 부문의 높은 기술력과 폭넓은 산업 생태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대규모 자금 투입에 나섰다. 특히 관련 시장에서는 현대차(509,000원 ▼2,000 -0.39%)그룹이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Atlas)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향해야 할 '기술적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는 "종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각종 관절이 360도 회전하는 아틀라스는 '사람이 못하는 동작, 더 효율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야 진정한 로봇'이란 메시지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일본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위기감 고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촉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토요타가 캐나다 공장에 미국 어질리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는 등 실전 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아직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국이 패권을 잡으려면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과감한 규제 완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 영역을 아우르는 대중소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국·중국과 비교해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해 피지컬 AI 기업의 '층'이 두껍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피자 한조각에 로봇들 줄지어 '뚝'…완전자동 무인공장의 환상 깨졌다

/사진=언스플래시
/사진=언스플래시

#2025년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수십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부품을 실어나르는 자동화 시스템이 갑자기 멈춰섰다. 누군가 바닥에 흘린 피자 한조각에 로봇 1대가 멈춰서면서다. 뒤따르던 로봇들이 연쇄적으로 멈추면서 물류 흐름이 순식간에 끊겼다.

1년 전 테슬라 공장을 수차례 멈춰세운 실제 사고다. 공장 바닥의 음식물, 삐뚤어진 박스, 예상 밖의 장애물, 규격에서 1㎝ 벗어난 부품.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오차가 로봇에는 판단불가능한 변수인 탓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보스턴 로보틱스 서밋에서 만난 테슬라의 AMR 배포 담당 엔지니어 조슈아 조셉은 "테슬라가 완전자동화 공장의 환상을 벗어던진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상 어떤 자율 시스템도 사람의 개입 없이는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완전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을 최소비용으로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현실은 미국 로봇산업의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미국은 사람 없는 무인(無人) 공장에 '올인'하지 않는다. 로봇을 사람의 대체재가 아니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협업 도구로 다루기 때문이다.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맡고 사람은 판단과 감독에 집중한다. 미국이 그리는 미래형 공장은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장에 가깝다.

/구글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구글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완전자동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른바 '마지막 1%'다. 로봇이 99%의 작업을 문제없이 수행하더라도 남은 1%의 예외 상황은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문제는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1%'를 해결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물류 로봇 기업 브라이트픽의 공동창업자 얀 지즈카는 "무한한 예외 상황이 존재하는 한 오류율 0%의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당 5만건을 처리하는 대형 물류센터에서 오류율이 10만분의 1에 불과해도 하루 수차례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 1%의 오류를 없애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며 "목표는 완벽한 로봇이 아니라 사람보다 덜 실수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로봇업계의 이런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현실화한 곳이 테슬라, 아마존을 비롯해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의 물류창고다. 밤에는 로봇이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집어 모으고 낮에 출근한 직원은 포장과 검수, 예외 처리에 집중한다. 로봇이 속도와 체력을 담당한다면 사람은 판단과 복구를 담당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이 완전 자동화보다 현실적이면서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판단이다.

마라톤, 집단 군무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과 미국의 차이가 가장 드러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계단을 오르고 백플립을 하는 영상으로 업계를 깜짝 놀래켰던 보스턴다이나믹스도 더 이상 이런 연출을 선보이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달 공개한 영상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23㎏의 냉장고를 안정감 있게 운반하는 모습이었다. 화려한 시연과 기술적 낭만보다 생산성이 오르는가, 안전한가, 돈이 되는가가 현장의 기준이 됐다.

로버스트AI의 공동창업자 앤서니 줄스 최고경영자(CEO)는 "물류의 핵심은 물건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상자를 운반하는 환경에서는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보다 바퀴 기반 장치가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효율, 안전을 위해서라면 휴머노이드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산업계가 휴머노이드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작업 환경에 맞는 형태를 선택하는 이유다.

더 중요한 변화는 로봇에 대한 현장 작업자들의 태도 변화다. 로봇을 먼저 도입한 산업 현장에서부터 로봇이 대체하는 것이 직업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테슬라의 조셉 엔지니어는 "로봇 도입에 가장 반대했던 작업자가 지금은 가장 열렬한 로봇 찬성론자"라며 "지게차를 몰던 작업자들이 이제는 태블릿PC로 수십대의 로봇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쇼는 끝났다…"그래서 돈 벌 수 있나" 1년만에 확 달라진 美 로봇업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7일 미국 로봇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컨벤션센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확연한 분위기 변화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시장의 주인공은 백플립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춤사위보다는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손, 물류창고용 자율이동로봇(AMR)이 전시장을 메웠다.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투입되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콘퍼런스 발표 내용도 달랐다.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던 1~2년 전과 달리 기업들은 생산라인 투입 이후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집중했다. 아마존, 테슬라, GM(제너럴 모터스), 셰플러 등 내로라하는 제조업체의 로봇 전략 담당자들이 로봇 실전 배치 노하우와 숫자를 들고 나왔다. 미국 로봇 산업의 초점이 수익성과 효율, 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그래서 돈이 되나"를 물었다.

'아마존 효과'가 컸다.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아마존에 업계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에 100만번째 로봇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아마존 로보틱스의 전신인 키바 시스템스를 인수한 지 13년 만이다. 현재 아마존이 도입한 로봇은 300개 이상의 물류시설에서 상품 운반, 선반 이동, 분류, 포장 작업을 수행한다. 아마존은 이 로봇군을 제어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모델 딥플릿까지 도입해 로봇 이동 효율을 10%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27~28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북미 최대 로봇 콘퍼런스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에서 로봇 관련 업체들이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지난달 27~28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북미 최대 로봇 콘퍼런스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에서 로봇 관련 업체들이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로봇의 가치가 감탄을 넘어 수익성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아마존이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초기 물류 로봇은 단순히 무거운 선반을 옮기는 자동화 장비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율이동로봇(AMR)은 창고 내 병목 구간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로봇팔은 상품을 집어 올리며 AI는 전체 동선을 최적화한다.

특히 로봇 1대의 성능보다 수천, 수만대가 동시에 움직일 때 전체 물류 흐름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아마존의 경쟁력이 됐다. 아마존 로보틱스의 아론 파니스 총괄은 "연구실에서 작동하는 로봇이 아니라 수천, 수만대 규모의 물류 환경에서 멈추지 않고 복원력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로봇의 완전한 자율성보다 예외 상황에서도 시스템 전체가 유지되는 복원력이 실제 산업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로보틱스 서밋&엑스포 2026'에서 한 관람객이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로보틱스 서밋&엑스포 2026'에서 한 관람객이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심재현 특파원

아마존의 최신 자동화 전략도 흥미롭다. 최근에는 패키지 이동 자동화만이 아니라 인력 배치 자체를 AI가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느 작업 구간에 사람이 과잉 배치됐는지, 어느 구간이 병목인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노동시간을 줄인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연간 690만 시간의 비효율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물류 로봇 분야의 1인자라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실전 배치로 주목받는다. 텍사스 기가팩토리와 프리몬트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투입, 배터리 셀 이송이나 정밀 조립 같은 반복 공정에서 실전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았던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상태다.

물류 로봇이나 기존 산업용 로봇이 특정 작업에서 최대 효율을 내도록 설계됐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범용성 덕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머지않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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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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