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은 이제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선 1등을 넘어 더 먼 미래를 위한 친환경 선박을 준비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그린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선박이 목표다. 그 과도기로 현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조선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2050년까지는 70% 줄이겠다고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특히 향후 10년간 선령이 10년 이상 된 노후 선박 교체 수요로 발주가 쏟아질 전망인데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선박이 이를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 보고서(Lloyd's List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오는 2030년엔 해체 선박이 지난해와 비교해 75% 늘어난 1만300척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진 LNG·LPG 추진선이 친환경 선박으로 각광 받았다면 앞으론 그린수소를 운송하는 선박의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60년에는 신조선의 60% 이상이 수소,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사회'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의 수요가 높아지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해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수소를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게 되면 기존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을 40% 이상 높일 수 있고,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이다.
이에 한국 조선업계도 미래 수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수소선박 개발에 뛰어들었다. 수소선박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2030년까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선언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운반선과 수소연료전지 추진선을 개발해 그린수소의 안정적인 운송과 공급을 맡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수소선박은 2025년까지 기초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전주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국조선해양이 빠르면 2027~2028년까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블룸에너지와 공동 개발을 통해 주력 제품인 LNG선, 셔틀탱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 핵심기술을 2022년까지 추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SOFC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도 SOFC 시스템을 적용한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개발 중이다.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 운송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히고 있어 암모니아선의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암모니아선과 수소선은 LNG선과 마찬가지로 운송 과정에서 극저온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수소선박으로 가는 중간단계인 암모니아 추진 선박도 2025년 상용화가 목표지만 1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A-Max(아프라막스급) 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2024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로이드선급으로부터 '2만3000TEU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국내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 인증을 획득한 한국조선해양도 2024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콘퍼런스콜에서 "암모니아 추진선의 경우 2024~2025년부터 상용화해서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암모니아 다음 단계인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길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보완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조선해양은 그린수소 생산 사업까지 진출한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중공업은 부유식 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해 바닷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수전해 기반의 그린수소 플랜트를 개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