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명동 망가진거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점심 장사만 겨우 하고 있고 한 달에 100만~200만원 가져가기도 어려운데 아르바이트 최저임금까지 오른다고 하면 남는 게 없죠. 문을 닫거나 최대한 사람 안쓰는 거 말고 방법이 없어요."(서울 중구 명동 한식당 대표 김모씨)
"(최저인금 오르면)솔직히 좋죠. 그런데 주변에 아르바이트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요. 저희 가게도 원래 4~5명이 일했는데 요새는 아무리 바빠도 2명이 전부 다 해요. 손님도 줄고 있어서 제가 당장 잘릴 수도 있는거죠."(서울 종로구 일본식 주점 근로자 A씨(20대))
14일 서울 종로·중구에서 만난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은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감을 드러냈다. 사업주들은 장기침체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코로나19(COVID-19) 영향까지 겹친 가운데 인건비 부담을 호소했다. 또 근로자들도 높아진 최저임금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주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 당 9160원으로 지난해보다 5.1%(440원) 인상하기로했다. 식당·주점이나 편의점 등도 내년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191만4440원이며, 의무화된 연차수당과 퇴직금·4대 보험 등을 더하면 월 급여는 238만원에 달한다.
이번 최저인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을 토로하며 '사장보다 아르바이트가 낫다'고 비꼬았다. 명동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확정되면 그나마 1~2명 쓰는 아르바이트도 줄여야 할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매출은 줄어드는 데 아르바이트 눈치보면서 일하고, 혹시나 밀리거나 문제가 생기면 신고 할까봐 뭐라고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현지 요식업계에선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30대 젊은층인 단기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만으로는 재료손질·주방청소 등 노동강도가 높은 일을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먹자골목에 위치한 곱창전문점 매니저는 "주방이모 한명 빼곤 점심 전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쓴다. 어떻게 든 인건비 줄이려는 건데, 이젠 이마저도 부담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수혜층인 근로자들도 오히려 고용불안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시급 1만원'을 고수하며 앞서 1만800원을 요구했으나 현장에선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경기상황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2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씨(20대)는 "원래 풀타임(8시간) 근무하던 아르바이트들도 3~4시간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월급이 오르면 좋겠지만, 일자리를 잃는 건 더 문제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 취업준비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마저 잘리면 고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선 사업주와 협의를 통해 급여를 늘리지 않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 본래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는 상반된 논의도 오갔다. 근로자들은 줄어든 근로시간 만큼 오히려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C씨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사장님과 근로시간을 단축해줘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미리 다른 아르바이트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현장에선 오히려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반면,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사실상 수용 입장을 보였다. 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오히려 일자리가 줄고 근로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왜 갈등을 일으키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