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멘트 순환자원 분야에서 독일 등 유럽(EU) 선진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유럽은 폐기물 배출 등 환경규제 기준을 높이는 대신 대안으로 시멘트 제조시설에 순환자원 설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건축필수 소재인 시멘트에 대한 규제보다 순환자원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일 유럽시멘트협회(Cembureau)업계에 따르면 유럽 폐기물을 활용한 순환자원 전환율(Substitution rates)은 최근 46%에 달한다. 독일국제협력공사(GIZ)가 지난해 발표한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 생산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on Pre- and Co-processing
of Waste in Cement Production)'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에서도 시멘트 대체연료(Alternative fuel) 사용률이 가장 높다.
독일국제협력공사 조사결과 대체연료 사용률은 유럽은 44.2%로 세계평균(16.7%)을 훌쩍 넘겼다. 같은 시기 미국 등 북아메리카가 15.8%, 아시아가 9%인것과 비교하면 세계 시멘트 대체연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1990년 시멘트 산업 대체연료 사용률이 2.7%로 세계평균(2%)와 큰 차이가 없던 것과 비교하면 막대한 투자가 진행된 셈이다.
독일과 벨기에는 유럽에서도 가장 시멘트 대체연료 사용에 적극적인 나라다. 독일은 순환자원 사용률이 65%에 달하며 유연탄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전량 순환자원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벨기에는 1911년 준공해 1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오브르 시멘트공장에 1980년 순환자원 시설을 적용해 40년 넘게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경제타격을 입은 그리스는 순환자원 활용율이 7%에 그친다.
유럽 시멘트 업계는 2030년까지 폐기물을 활용한 대체연료 사용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6월 유럽시멘트협회 수장이 된 이시도로 미란다(Isidoro Miranda)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2년 동안 기초를 다쳤다. 앞으로는 혁신과 기술적 방법을 통해 탈탄소(Decarbonisation)를 위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시멘트 순환자원 도입률이 유럽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시멘트 순환자원 활용율은 25%수준이다. 국내에는 주요 7개 시멘트 업체를 중심으로 소성로가 50여개 가량 있는데 여전히 75%는 유연탄(고효율 석탄)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순환자원 도입에는 수백~수천억원이 들고 6개월~1년 가량 공급도 멈춰야 한다.
특히 국내에선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 제조과정을 '쓰레기 시멘트' 등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폐기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유해화학 물질(6가 크롬)이 발생하기 쉽고, 순환자원에 쓰이는 플라스틱 등의 제조과정까지 고려하면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쓰레기 처리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시멘트 순환자원 대체노력을 깎아내리고, 도로·항만 등 사용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다.
유럽에서도 시멘트 순환자원 적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 1980~1990년대 손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중금속 침출 여부 등을 10~20년 가량 추적연구한 결과 폐기물을 사용한 시멘트와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선 이미 논란이 끝난 이슈"라며 "소성로 최고온도가 2000℃(도)에 이르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완전히 분해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실제 시멘트 순환자원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시멘트사들은 이를 통해 EU위원회 2050년 목표인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없애는 이른바 넷제로(Net zero) 달성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유럽시멘트협회는 이를 통해 "122억 유로(약 16조원)의 지출을 절약하고 연간 2600만t(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