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볼모 잡는 삼성 노조의 파업 겁박…누가 책임지나?

'대한민국' 볼모 잡는 삼성 노조의 파업 겁박…누가 책임지나?

박종진 기자,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13 05:10

노조, 결렬 선언과 함께 21일 총파업 준비..."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 우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사후 조정 절차를 통한 협상에 나선다. 핵심 쟁점은 비(非)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한 상태다. 2026.5.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사후 조정 절차를 통한 협상에 나선다. 핵심 쟁점은 비(非)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한 상태다. 2026.5.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성전자 노조가 AI(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파업 강행 수순으로 가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진다. 실제 반도체 라인에 생산차질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노조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는 비난이 나온다.

삼성전자 과반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13일 오전 3시쯤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중재로 진행된 이틀간의 사후조정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회사 측이 기존 성과급 상한제(연봉 50%)에 특별포상을 결합하는 '유연한 보상 제도화'를 제안했지만 노조 측이 상한제 폐지와 제도화를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컸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조정안 제안도 하지 못했다. 조정안을 만들기 위한 초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했다는 게 중노위의 설명이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안건에 대해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 제도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쟁사 상황(매출·영업이익 1위) 등 외부 요인에 맞춰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예정된 18일간의 총파업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적법하고 정당한 쟁의행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000명 수준이고 이번 결과를 고려하면 5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무리수라는 비판이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15% 고정 성과 인센티브 지급 제도화'는 사실상 성과급을 고정비에 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도 이 같은 성과급 지급 방식은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사측이 파업 엄포에 떠밀려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동일한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에서 영업이익 10%,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영업이익 20%, 현대차에서 당기순이익의 30% 등을 요구하는 등 '이익의 N%' 요구 형태가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늘어난 이익을 고스란히 나눠주라는 요구는 비현실적"이라며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투자와 대비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기업에도 부담이지만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 이상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 간의 보상 격차를 더욱 벌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협력사는 인력난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05.06.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05.06. [email protected] /사진=김혜진

이달 21일부터 예고된 파업이 강행된다면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노조가 추산한 피해 규모만 약 30조원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팹(공장)이 멈추기라도 한다면 공정에 투입된 웨이퍼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복구가 언제될지도 모른다. 각종 설비를 재설정해서 정상 가동 기준의 수율(양품비율)을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은 물론 국내 전체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러니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의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외국 기업단체인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11일 경고 메시지를 냈다. 800여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상공회의소가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암참은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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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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