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공장이나 가정으로 전기를 보낼 때 손실되는 전기가 전체 발전량의 5%에 달합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22조원에 달하는 전기가 송전 과정에서 사라집니다. 초전도케이블이 상용화되고 이런 송전 손실만 줄여도 현재 태양광발전으로 만들어내는 전력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 2019년 11월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LS전선이 1위에 올랐다. 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검색어 순위 1위의 배경은 세계 최초의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성공.
LS전선은 이날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경기 용인시 흥덕 에너지센터(변전소)에서 인근 신갈까지 약 1㎞ 구간에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송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업으로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행하는 백서에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으로 등재됐다. 한때 기술력이 30년 뒤처졌다는 평을 들었던 초전도 후발국이 쓴 깜짝 역사다.
초전도는 영하 270℃ 가까이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전기를 보내는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기를 '제로(0)'로 만들 수 있다. 1911년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후 100년이 넘도록 더 높은 온도, 상온(평상시 온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초전도 현상을 활용해 만든 전력케이블은 같은 크기의 기존 구리 케이블보다 송전용량은 5배 이상 늘리면서도 송전손실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저전압으로도 대용량 송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소에서 도심까지 많은 양의 전기를 보내기 위해 전압을 345~765㎸(볼트)까지 끌어올렸다가 22.9㎸로 낮추는 데 필요한 변전소 개수도 줄일 수 있다. 비좁은 도심에서 변전소 땅을 새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초전도 케이블을 두고 '꿈의 전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일반적인 구리전선을 이용한 송전 과정에서 사라지는 전력은 전체 발전량의 4~5%, 국내 기준으로 연간 1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에서는 1년에 22조원이 송전 과정의 전력손실로 사라진다. 국내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7.7%(2만5742GWh, 2021년 1~7월 기준,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인 점을 감안하면 송전 중에 손실되는 전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울테라), 프랑스(넥상스), 일본(스미토모·후루까와) 등 전세계에서 4개국 5개 기업만 갖고 있다. 초전도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케이블 내부를 극저온으로 냉각,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케이블 단면을 보면 전기가 흐르는 구리전선을 절연층으로 감싼 뒤 액체질소가 순환하는 냉각 파이프에 담은 구조다. 액체질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케이블 바깥쪽을 진공층으로 두른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한가닥으로 만들 수 있는 케이블의 길이가 약 500m에 그친다.
한국은 10년 전만 해도 초전도 후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시장에서는 해외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20년 이상으로 봤다. LS전선은 2004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한 뒤 11년만에 2015년 세계 최초로 직류 80㎸급 초전도 케이블 실증을 완료하면서 유일하게 직류와 교류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됐다.
초전도 송전 분야에서도 미국은 610m 구간, 일본은 250m 구간을 각각 실증 연구하는 데 그치는 반면 한국은 용인 흥덕~신갈의 1㎞ 구간에 초전도 송전망을 상용 구축했다. 20년이 채 안 돼 내로라하는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꿈의 기술'로 불리는 만큼 아직 넘어야할 산도 있다. 가격과 경제성이 관건이다. 국내에서는 용인 흥덕~신갈 구간 외에 내년 완공, 2023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역곡~온수(1.6㎞) 구간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최대 10㎞에 달하는 상업용 초전도 케이블 송전 프로젝트가 3건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의 수퍼노드 프로젝트(2025년 완공)의 설치 구간은 50㎞에 달한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코틀랜드, 러시아, 호주에서도 10건에 달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전력 수요 증가와 노후설비 교체, 전력망 안전성 향상을 발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50억원 규모였던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 올해 3000억원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5년 뒤엔 시장 규모가 70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1조원 돌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한국이 뒤늦게 뛰어들어 글로벌 톱 기술을 확보한 보기 드문 분야 중 하나"라며 "발전 단계에서의 탄소중립뿐 아니라 송전 단계에서 친환경을 위한 기술로도 시장이 개화하기까지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