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근로시간면제제도의 개선과제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2021.11.23 05:10

기업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근로시간면제자의 수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가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기업마다 조합원 수에 따라 연간 한도 2000시간에서 최대 3만6000시간까지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다. 이는 근로자 1인 연근로시간이 2000시간 정도이니 풀타임 근로자 1인에서 18인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조 일을 하는 노조전임자에 대해 노조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위해서인데 기업이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행위의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노조전임자 임금을 지급했었다. 이러한 부적절한 관행은 심각한 노사갈등과 경영부담 증대를 초래했고 결국 노사관계 개혁의 일환으로 1997년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법안이 제정되었다. 이후 노조가 준비할 수 있도록 법의 시행을 13년간 유예한 후 2010년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하면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가 실시되었다.

근로시간면제제도는 기업내 노조활동을 일정 수준 유급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로서 과거 유급 전임자제도의 보완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시행 10여년이 지난 현재 이 제도는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자가 참여한 2019년의 108개 기업 대상 조사에서 91.7%의 기업이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적정하며, 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7월 개정 노조법에 따라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다시 심의하고 있는바, 그동안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나아가 한국 노사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용자가 노조 업무 종사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사용자의 지원이 불가피한 점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조합비 인상 등을 통한 노동조합의 재정자립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증대는 지양되어야 한다. 위의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78%)의 기업은 현재의 한도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현재의 한도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1/4에 달했다. 면제 한도가 늘어나면 경영부담 증가, 노사관계 불안, 근로자간 위화감 증대 등의 문제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개별 기업의 사정을 면밀하게 고려해서 기업맞춤식으로 정교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면제 한도 구간을 노조원 수에 따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현재 면제대상 업무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성이 부족해서 면제대상 업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기업현장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근로시간면제시간의 사용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관련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 실효성 증대를 위해 근로시간면제 사용계획서의 사전 제출 또는 근로시간면제 사용보고서의 사후 제출 등의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여섯째, 산별노조, 연합단체 등 상급단체에 파견되는 조합원에게 근로시간면제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사업장 별로 조합원수를 고려해서 정해지며, 연합단체의 업무는 근로시간면제 대상이 되는 노조업무로 보기 어렵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산별노조 등 초기업 조직의 노조전임자에게 기업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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