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이 처음으로 미국 탄소포집 시장에 진출하는 등 올해 친환경 사업에 고삐를 죈다. 창립 50주년,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퓨쳐 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나겠단 의지를 밝힌 현대중공업그룹 전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임기 3년째를 맞아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인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의 친환경 사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미 최대 규모 탄소 포집 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Midwest Carbon Express Project)에 탄소포집용 컴프레서 전동기 51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이르면 다음달 중 맺는다.
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미국의 서밋 애그리컬쳐럴 그룹이 지난해 발족시킨 일종의 탈탄소 프로젝트다. 서밋 애그리컬쳐럴 그룹은 다양한 농업 투자 및 경영에 관련된 미국 기업으로 지난 1990년 설립됐다. 주로 미 중서부를 중심으로 농업 산업 전반에 걸쳐 자본 투자 및 자산 관리 등을 지원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중서부에 펼쳐진 거대 옥수수 농장과 관련이 있다. 옥수수는 식용, 사료용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에탄올 원료로 쓰인다. 농장 일대 대형 바이오 에탄올 공장들이 줄지어 있는데 연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는 게 최근 중요 화두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바이든 정부는 탄소포획을 목적 달성을 위한 중요 수단으로 본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은 2조60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질 여건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탄소포집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톤당 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외신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현재 5개 주, 31개 바이오 에탄올 공장을 지나는 거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으로, 그 길이만 2000마일(3200km)에 달한다. 바이오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매년 1200만톤을 노스다코타까지 보낸 다음 이를 지하에 저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45억달러(5조4000억원)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처음으로 기존 석유, 가스 채굴 설비용 컴프레서 전동기 제조 범위를 넘어 탄소포집용 컴프레서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일렉트릭이 이번 수주를 교두보로 삼아 미주 시장에서 탄소포집용 컴프레서 전동기를 비롯, 다양한 친환경 전력 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시장 선점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탄소포집사업 시장 규모는 2021년 20억달러에서 2028년까지 70억달러까지 연평균 20%의 성장세가 전망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밖에도 최근 각국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신사업 발굴이 활발하다. GE 리뉴어블에너지와 해상풍력 터빈 제조 및 사업 진출에 협력키로 했고 전력기기 강소기업 플라스포 지분 인수를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현대차와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패키지 상용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일렉트릭이 친환경 신사업을 가속화 중인데에는 조 사장 취임 후 이뤄진 재무체력 강화도 뒷받침됐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된 기업으로 초고압변압기·차단기, 전동기 등 전력공급 과정 전 단계에 필요한 전기전자기기를 주력 판매해왔다. 분사 후 2018~2019년 2년 연속 총 2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전력의 발주 축소, 미국 반덤핑 과세, 중동지역 재정 악화에 따른 수주 타격 탓에 실적이 급감했다.
적자 지속으로 회사가 절박했던 때 구원투수로 영입된 것이 조 사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최초의 관가 출신 외부 인사였는데, 조 사장은 지식경제부에서 원전사업기획단장, 산업경제정책관, 2차관 등을 지낸 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역임한 에너지 분야 절반에 걸쳐 혜안을 갖춘 전문가로 통한다.
조 사장은 취임 첫 해인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 지난해에도 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단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 관련 충당금 설정 등 일회성 비용 제거시 9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유상증자, 자산매각, 인력 효율화 등을 단행한데 더해 조 사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한 원가 절감에 노력한 것은 물론 저가 수주의 지양을 통한 수익성 높이기 전략 등을 통해 회사 재무구조를 빠르게 안정화시켰단 평가다.
올해 회사 측은 창사 이래 첫 매출액 2조원 돌파를 목표로 내걸었으며 시장에서는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한다.
우선 수주에서 훈풍이 분다.
현대일렉트릭 실적발표에 따르면 올해 이미 연간 매출 계획 대비 72%의 물량을 확보했다.
기존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미국 앨라배마 법인 변압기 공장 증설 효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중동 전력 시장 회복세 영향도 긍정적이다. 선박용 제품 수주도 조선시장 수주 회복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실적 개선세에 금융투자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은 미국, 중동 등 해외 시장 확대와 선박용 제품의 수주 호조 등을 반영해 두 자릿 수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수익성 위주 선별수주 효과로 영업이익 또한 5%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