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하는 분리수거인데…'페트병' 돈으로 바꿔주니 일어난 일

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2022.04.26 08:00

[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1회): 비닐봉지의 재발견(下)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소주병은 되는데…1병당 300원 '페트병 환급' 안되나요?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이 종료된 2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투명 페트병이 분리돼 있다. 지난 26일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2021.6.27/뉴스1

#노르웨이에 사는 A씨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동안 모은 플라스틱 병을 들고 근처 슈퍼마켓을 찾는다. 모아둔 플라스틱 병들을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노르웨이에서는 빈 플라스틱 병을 가져가면 돈을 주는 환수제도를 운영한다. 플라스틱 병 1개를 갖다주고 받는 돈은 원화 기준 300~500원, 100개면 최대 5만원에 달한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0년 12월 발행한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제도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PET(페트) 병 재활용률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우리나라의 PET병 분리수거율은 85%에 달하는데, 그럼에도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이 턱없이 낮은 건 왜일까?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단계에서 PET가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과 섞이거나 오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과 섞이는 경우 별도의 분류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같은 재질의 플라스틱 병 수거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보증금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증금제를 토대로 무인회수기 등을 설치해 반납이 가능하도록 하면 재활용 과정에서 별도의 분류작업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앞서 채택한 노르웨이와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실제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3년 빈용기보증금제도 '판트(Pfand)'를 도입했다. 빈 플라스틱 병을 가져온 소비자가 슈퍼마켓에 설치된 무인회수기에 공병을 넣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일정금액을 반환해주는 제도다. 해당 금액은 현금으로 받거나 물품구매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플라스틱 병 환급액은 병당 0.25유로(약 336원)로 상당한 금액이다.

노르웨이도 이와 유사한 환급제도를 운영한다. 플라스틱 병을 반납기에 넣으면 일정액을 돌려주는 식인데 1병당 반환액이 종류별로 300~500원이다. 또 노르웨이는 전국 기준 재활용률이 95% 미만인 경우 플라스틱 생산자에게 환경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자원 재사용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별도로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을 식품용기로 재활용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재활용센터에서 투명 페트병이 수거 돼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식품 용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경우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정제해서 중합한 것이거나 신규 원재료로부터 발생한 자투리 등 공정 부산물로 그 범위가 제한되었으나, 이번 제도 개편 시행으로 해외처럼 물리적인 재활용도 가능해졌다. 2022.2.24/뉴스1

PET병 등 플라스틱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EU(유럽연합)은 지난해 2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품생산단계부터 재활용과 재사용 확대를 위한 디자인과 설계를 해야한다.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PET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음료 포장재를 만들 때 제품 라벨에 의무적으로 재활용 PET 함유율도 표시해야 한다.

EU는 현재 재활용PET 함유율을 30%로 권고하고 있다. 2025년말까지 65%, 2030년까지 70%로 해당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EU 공통의 품질기준을 마련해 순환자원 사용도 촉진한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빈용기 보증금제도 확대 등 경제적 동기부여를 통한 제도운영이 필요하다"며 "대상 품목을 유리병에서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수지포장재 전반으로 확대하고 보증금 또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조사관은 "도소매점 뿐 아니라 무인회수기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반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분리수거 매일 열심히 한다고요?…이렇게 안하면 '말짱 꽝'

"이렇게 열심히 분리수거하는데 도대체 재활용이 제대로 되긴 하는 거야?"

집 앞에서 페트(PET)병을 분리 배출하면서 한번쯤 가져봤을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우리나라에선 페트병의 80% 이상이 분리수거되지만 정작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페트병만 따로 내놔야 하는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아서다. 내용물이 남아있거나 라벨을 떼지 않는 등 불순물이 섞인 채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다.

■ "투명 페트병은 따로 버려주세요"

2018년 4월 오후 경기도 광명시 한 폐기물수거업체에서 직원이 폐기물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페트병은 30만t(톤)이 넘는다. 이 가운데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는 건 10% 수준이다.

페트병 중에서도 투명 페트병은 활용 가치가 높다. 투명 페트병은 의류나 가방, 신발 등을 만들 수 있는 장섬유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가치 자원이다. 그러나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배출되면 불순물이 유입돼 고품질 재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품질 재활용률이 낮아 재생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배출한다면 더 이상 재생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을 통해 2020년 12월25일부터는 투명 페트병을 유색 페트병이나 다른 일반 플라스틱과 분리해서 배출하고 있다. 카페에서 주로 쓰는 테이크아웃 컵은 투명하긴 하지만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투명 페트병을 '제대로' 재활용하기 위해선 4단계 분리배출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1. 내용물 비우기 2. 물로 헹궈 불순물 처리하기 3. 비닐 라벨 떼기 4. 찌그러뜨리고 뚜껑닫기 등이다.

뚜껑은 닫은 채로 버려도 된다. 페트병 뚜껑(PE/PP)은 물에 뜨는 반면 페트병은 물에 가라앉는 재질이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가 쉽다. 또 뚜껑을 별도로 버리면 잔재물로 처리되기 쉽기 때문에 닫아서 차라리 배출하는 편이 낫다.

투명 페트병과 달리 유색 페트병은 중·저품질 자원으로 주로 단섬유로 재활용된다. 유색페트병은 중·저품질로 주로 단섬유로 재활용되고 인형에 들어가는 솜 등 내장재로 재탄생된다.

■ 두유팩, 분리배출 원칙이지만 종이와 함께 버려도 돼

비닐 쓰레기라고 무조건 한 데 모아 버리면 안 된다. 종류에 따라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도 있다.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는 상품 뒷면에 재활용 가능 여부가 표시돼 있기 때문에 확인해 버려야 한다. 빵을 포장한 비닐도 상품 겉면에 재활용 표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비닐은 배출 전에 물로 헹궈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 말려서 버리면 재활용률이 높다.

택배에 함께 포장돼 온 에어캡(뽁뽁이)이나 비닐 충전재, 포장용 얇은 비닐 등은 따로 표시가 없지만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다. 생수나 음료 페트병에 붙어 있는 라벨은 접착제가 붙어있지 않은 부분만 재활용이 된다. 다른 비닐도 접착제나 스티커 등을 제거한 뒤에 배출해야 한다.

음식 등을 담아두는 일회용 위생봉투는 이물질이 묻지 않았을 경우 재활용할 수 있다. 오염물이 묻었을 경우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다른 비닐류도 마찬가지로, 이물질이 떨어지지 않거나 심하게 오염됐을 땐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 비닐테이프와 음식을 싸두는 랩도 일반쓰레기다.

우유갑 같은 종이팩은 일반 종이류와 구분해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따로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거함이 따로 없을 경우에는 묶어서 종이류에 배출해도 된다.

두유팩처럼 안쪽면이 알루미늄으로 덧씌워진 종이팩은 원칙적으론 분리배출을 해야 맞다. 그러나 아직까지 종이팩 세부 소재까지 선별해 수거하는 주거단지가 많진 않기 때문에 아파트 등 일반 가정에서는 종이류와 함께 배출하면 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환경부 방침에는 알루미늄이 코팅된 두유팩 등은 분리배출 대상이지만 아직까지 따로 선별 수거하는 곳이 많지 않다"며 "종이류와 함께 버리면 재활용 선별소에서 따로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치킨상자 속 기름종이, 컵밥이나 컵라면 용기, 음식무리 제거되지 않은 마요네즈·케첩·기름통 등은 재활용이 어려운 일반쓰레기다. 또 푹신한 재질의 과일포장재, 아이스팩, 보온보냉팩, 칫솔이나 볼펜, 고무장갑 등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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