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적용 후 대·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 더 벌어졌다

지영호 기자
2022.12.08 08:05

['52시간'에 갇힌 대한민국]4-②'생산성 악화→저임금 유지→우수인력 이탈→R&D 투자 위축' 저성장 늪

[편집자주]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기술혁신과 디지털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과 노동 구조의 변화, 해외 인력 수급,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정해진 근로시간제도는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은 이 틀에선 새로운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가 실제 산업현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주52시간 시행 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가격상승, 환율급등, 대출금리 인상, 개도국의 성장 등 어느하나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지만 특히 중소기업 인력난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대기업 생산지수는 123.4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96.8에 그친다. 제조업 생산성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보고 현 시점의 생산성을 비교하는 수치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제조업 생산지수가 2015년 지수도입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52시간제를 적용한 2018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지수는 각각 107.9와 100.1이었다. 하지만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적용된 2020년에 이르자 생산지수는 109.9와 95.3으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도입이 적용된 지난해 7월 이후엔 대기업의 생산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중소기업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연초부터 적용된 올해에는 그 폭이 더 넓어졌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대기업은 주52시간제에 잘 적응했던 반면 허약한 중소기업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생산성과 직결된 중소기업의 공장가동률도 전체 평균에 못 미친다. 1~8월 중소기업 제조업 공장가동률은 72.2%로 전체 제조업 76.6%를 따라잡지 못한다. 2019년에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주52시간제가 시행된 2020년엔 평균보다 2.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의 대출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은행권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886조40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83%를 차지했다. 지난달 말 기준 952조6000억원까지 불어 10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초에 비해 금리가 2배 가까이 높아진 영향으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수급 상황을 보면 미래는 더 어둡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연구원수는 10년간 4.7%에서 3.8%로 감소했고, 전체 평균임금도 63.5%에서 58.8%로 줄어들었다. 특히 복지비용은 58.6%에서 39.8%로 차이가 더 크다. 신규인력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풍토가 가속화되면 중소기업의 성장은 요원해진다. 중소기업이 '생산성 악화→저임금 유지→우수인력 이탈→R&D 투자 위축→생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셈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속을 전제로 한 장학금 제도와 사업주·근로자간 성과공유같은 인력시장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은 금융·세제와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우선구매 등을 담고 있어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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