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3000t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Batch)-II 중형잠수함'(이하 중형잠수함)에 수소연료전지(이하 수소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이하 배터리)가 탑재된다. '친환경 에너지'의 대명사 격인 두 발전원이지만, 수소전지와 배터리가 국산 최신 잠수함에 적용되는 배경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두 발전원은 잠수함의 핵심 성능인 잠항시간을 늘리기 위해 탑재된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중형잠수함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수주전에 나선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중형잠수함에는 수소전지와 배터리가 함께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실전 배치된 중형잠수함에는 수소전지와 납축전지가 탑재됐는데 앞으로 생산되는 배치-II에는 납축전지 대신 배터리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수소전지와 배터리가 함께 잠수함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중형 잠수함은 디젤추진 잠수함으로 개발 중인데, 통상 재래식 잠수함으로 분류되는 디젤추진 잠수함의 최대 약점은 잠항시간이다. 디젤 잠수함은 수면 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을 가동하고 이를 통해 만든 전기를 납축전지에 저장한 뒤 납축전지가 스크류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다. 때문에 납축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모두 쓰면 다시 물위로 올라와 엔진을 작동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과 비교할 때 잠항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수소전지를 탑재하면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수중에서 공기 유입 없이도 전기를 발생시키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 시스템의 핵심이 수소전지인데, 잠수함에 저장된 수소와 산소를 수소전지를 통해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면 최대 3주간 수면 부상 없이 잠항이 가능하다. 이렇게 잠항 시간이 길어지면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한화오션 중형잠수함엔 이 같은 수소전지에 더해 배터리도 탑재된다. 배터리가 기존 납축전지를 대체하는 셈인데, 이를 통해 기존 납축전지 보다 3배 이상 잠항을 늘릴 수 있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수소전지와 배터리가 함께 잠항시간을 늘려주는 '하이브리드 디젤잠수함'인 셈이다.
이 같은 잠항능력에 더해 무장능력도 키웠다. 한화오션 중형 잠수함은 수직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탑재할 수 있다.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무장이다. 2021년 취역 하자마자 첫 SLBM 잠수함 발사 시험이 성공했고 한국은 독자 개발한 잠수함과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고정된 육상 기지나 폭격기 등에서 발사하는 탄도탄은 발사 움직임이나 이동 경로 등 사전 정보활동을 통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SLBM 잠수함은 전 세계 바다 밑에서 국경을 언제든 넘나들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폭 넓은 작전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중형잠수함을 앞세워 글로벌 수주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첫 도전 무대는 폴란드의 '오르카(Orka)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폴란드는 3000t급 잠수함 3~4척을 새로 도입하는 3조원대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5일 폴란드 타르기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한화오션 중형 잠수함의 우수성을 직접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