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사로부터 총 103대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역대 최대 투자 기록을 새로 썼다. 계약 규모만 362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GE에어로스페이스와의 예비 엔진 구매, 20년간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까지 더해지며 미국과의 협력도 한층 공고해졌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으로 대한항공이 확보할 예정인 보잉 항공기는 총 153대에 달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에도 30조원 규모의 보잉사 중대형 항공기 50대(B777-9 20대, B787-10 30대)를 도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규모 투자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한 대한항공은 단숨에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올라섰지만, 이를 지속해서 확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기단 운영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기재 확보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설 수 있게 됐다. 최근 주요 항공사들이 기재 부족으로 운항 일정 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대규모 발주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장기적으로 B777·787·737, A350·A321neo 등 5개 기종 중심으로 기단을 단순화할 계획이다. 2030년 말까지 777-9(20대), 787-10(25대), 737-10(50대), 777-8F(화물기·8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와 노후 항공기를 교체한다. 이를 통해 정비 비용 절감, 조종사·승무원 훈련 체계 단순화, 연료 효율 개선 등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또 여객·화물·단거리 노선을 모두 커버하는 균형 잡힌 기단 구성도 가능해진다.
이번 투자는 한·미 항공산업 협력 확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매 외에도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으로부터 각각 항공기 11대분, 8대분의 예비 엔진을 확보하고, GE와는 20년 장기 정비 계약도 맺었다. 미국 항공우주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로 양국 간 산업 연계성이 강화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1971년 화물 노선, 1972년 여객 노선을 각각 개설하며 한·미 항공 교류의 기반을 닦았고, 현재는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발주는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에서 양국 간 경제·외교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737 MAX 추락 사고와 787 생산 차질 등으로 신뢰 회복이 필요했던 보잉에도 이번 계약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발주를 성사한 것은 보잉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기단 확충의 실리를, 보잉은 신뢰 회복의 기회를 챙기는 '윈-윈(Win-Win)'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확보는 항공사의 성장과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로, 시기를 놓치면 사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2027년 초 통합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장기적인 기단 재편을 추진 중이며, 이에 맞춰 2030년대 후반까지 선제적 투자 전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