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뒤 '3600조' 시장으로…지금 비싼 수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타운즈빌(호주)=김도균 기자, 최경민 기자
2025.09.25 08:00

[그린시프트] 수소 (上)

[편집자주] 그린 산업은 '나아가야 할 길'이다. 화석연료 친화적인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글로벌 불황 지속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축소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그린 시프트'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글로벌 그린 산업 현장들을 직접 방문하고, 이 '필연적 미래'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린 메탈' 제련소도 준비완료…궁극의 탄소제로 에너지 수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소 경제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아크 에너지'가 만든 그린수소 생산시설 '썬HQ'의 모습. /사진=김도균

'ZINC AVENUE'(아연대로).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외곽에 있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들어 가면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인 SMC(썬메탈)가 나온다. 겉보기에는 파이프가 얽히고 설킨 전통적인 아연 제련 공장 같았지만, 회사의 '그린 메탈' 비전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지난 12일 방문한 SMC 내에 고려아연 호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아크에너지의 '썬HQ' 그린수소 파일럿 플랜트가 있다. 가동 준비를 마친 이 플랜트는 인근 태양광·풍력 발전소에서 조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그린수소 연 14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여기서 벌인 실증사업에 기반해 무탄소 제련소 사업을 성사시키는 게 고려아연의 비전이다.

수소 경제를 향한 발걸음은 전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호주만 해도 고려아연을 포함해 총 20개가 넘는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가 전개되고 있다. 수소로 움직이는 모빌리티 역시 승용차·버스·트럭·지게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는 2050년 수소 시장 규모를 2조5000억 달러(약 3600조원)로 예측했다.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 불황 지속에 따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미국 등에서 수소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등 정책적 후퇴도 발생했다. 국내 기준 1kg당 1만원을 웃도는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 가격이 2~4달러 내외 수준까지 떨어져야 수소 에너지의 경제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고려아연과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주요 기업과 국가들은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한 발씩 움직이고 있다. 전 산업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해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는 "수소는 점차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역시 글로벌 수소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소 수요 전망/그래픽=윤선정

호주의 강렬한 태양, 청정수소와 그린메탈이 된다…"반드시 성공"

-고려아연의 그린수소: 그린메탈 비전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아크 에너지'(Ark Energy)의 최주원 대표. /사진=김도균

"제련업이 탄소중립이라는 흐름에 맞춰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린수소 뿐입니다."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에너지 계열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이끄는 최주원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12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 위치한 '썬HQ' 그린수소 파일럿 건물에는 호주 대륙의 강렬한 햇빛이 내리 쬐고 있었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호주에서 그린수소를 만들고, 무탄소 제련사업을 성사시겠다는 비전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2030년 이후 기술적으로 성숙한 수소 시장이 도래할 때 신재생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호주에서 연간 약 2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암모니아 형태로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그린수소를 활용해 그린 메탈을 직접 생산하고 한국과 호주를 잇는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 양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단지는 자체적으로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까지 이어지는 수소 생태계를 조성해 놓고 있었다. 주변 118만㎡(35만평)는 아크에너지의 태양광 패널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축구장 40~50개 크기다. 이외에도 아크에너지가 투자한 923MW(메가와트)급 맥킨타이어 풍력단지도 퀸즐랜드주에 위치하고 있다. 이 막대한 신재생 에너지로 물(H2O)에서 산소(O)를 분리하고 수소(H)를 만드는 게 썬HQ 프로젝트의 시작 지점이다.

파일럿 단지 내에는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전해기와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 2만 리터 규모의 탱크에서 시간당 최대 280리터의 물이 전해기로 흘러 들어간다. 전해기는 이 물에서 산소를 떼어내 시간당 18kg, 연간으로는 140톤의 수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현재 수소·디젤 혼용 140톤 트럭 1대와 50톤 수소 트럭 1대 등 총 2대를 충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수소 충전기와,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트럭의 모습도 보였다. 아크에너지는 수소트럭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아크에너지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밸류체인/그래픽=윤선정

아크에너지는 생산량 10배 증설 계획을 세워놨다. 현재 썬HQ가 활용 중인 부지는 약 7000㎡ 규모지만 이보다 넓은 1만㎡ 부지를 확보했다. 이곳에 10MW급 수전해 시설을 건설한다. 최 대표가 언급했듯 궁극적으로는 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한국으로 들여와 온산제련소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게 목표다. 고려아연이 회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한 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내세운 이유다.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사업 강화를 통해 제련업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전기료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게 가능하다. 최 대표는 "제련 공정에서 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력과 에너지 부문에 그린수소를 적용함으로써 탄소 직접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전통 제조업의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제 역시 많다. 아크에너지 그린수소 손익분기점은 현재 1kg 당 20달러 수준에 달한다. 이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급선무다. 수소 해상 운송을 위해 SK에너지·한화임팩트와 손잡고 추진해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인 '한·호(韓·濠) 컨소시엄'의 경우 글로벌 수소 시장 발전속도를 고려해 검토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최 대표는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기술의 고도화와 경제성 확보, 수소 혼소·전소 터빈 개발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며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 전반과 신사업 영역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사업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전략적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아크 에너지'(Ark Energy)의 최주원 대표. 최근 가동준비를 마친 그린수소 생산시설 '썬HQ'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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