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날아다니는데 뒷걸음치는 韓기업…곳곳 '경고등'

박종진 기자
2025.10.09 07:25

기업 성장 위한 '규제 개선' 절실…"무서운 신인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2025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개막식 준비를 위해 악기 연주 로봇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15일부터 17일까지 16개국에서 참가한 280개 팀이 달리기·축구·격투기 등 각종 스포츠 종목을 비롯해 군무·무술이나 약품·물건 옮기기 등 다양한 종목에서 경쟁을 펼친다. 2025.08.15 pjk76@newsis.com /사진=박정규

글로벌 경쟁과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를 우려하는 경제단체의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주요 주력산업들이 우리나라와 겹치는 중국이 추격을 넘어 추월하는 상황인데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규모 면에서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성장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전기차와 산업용 로봇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각 분야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등에서 이미 우리나라를 뛰어넘거나 위협하는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미국 포브스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한 '글로벌 2000대 기업의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삼국지'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00'에 속한 한국 기업은 10년 전 66개에서 현재 62개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은 575개에서 현재 612개로, 중국기업은 180개에서 275개로 증가했다.

기업의 성장세도 한국은 중국 기업보다 떨어졌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의 합산매출액은 10년간 15% 성장(1조5000억 달러→1조7000억 달러)에 그쳤지만 중국 기업은 4조 달러에서 7조800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성장 속도가 한국의 6.3배에 달하는 셈이다.

중국은 성장 산업군도 다양했다. 중국은 △알리바바(이커머스, 1188%) △BYD(전기차,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ㆍ게임, 671%) △BOE테크놀로지(디스플레이, 393%) 등 첨단기술·IT(정보기술) 분야 기업들뿐만 △파워차이나(에너지, 849억달러) △샤오미(전자제품, 509억달러) △디디글로벌(차량공유, 286억달러)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181억달러) 등 여러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으로 진입했다.

자료=대한상의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 상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29일 펴낸 '기업 성장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 감소 △한계기업 비중 역대 최대 △중간허리 기업 감소 등이 대표적인 위기 징후로 지목된다.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명대 수준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소규모 기업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이어지는 '좀비 기업'도 늘었다. 좀비 기업 비중은 2014년 14.4%에서 완화세를 보이다 2024년 역대 가장 높은 17.1%로 증가했다. 한계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정상 기업의 48% 수준에 그쳐 국가 생산성 전체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 '중간 허리 기업'의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종업원 수 50~299인 규모 기업은 △2014년 1만60개 △2019년 9736개 △2023년 9508개로 감소세를 보였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1일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경기 평택항 모습. 2025.10.01.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신속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성장할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가 12개 주요 법률(상법, 공정거래법, 외부감사법 등)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고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한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 해에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에서 대기업 되는 비중이 1~2% 정도"라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 기업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점도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높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한 96.3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2022년 4월(99.1)부터 3년 7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보호무역, 관세 등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와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기업 경영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투자심리 위축은 경제 성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며 "기업 경기심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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