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해운 시장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 물동량 감소 폭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간 상호 '항만 수수료' 부과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양국 간 교역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해상운송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날부터 중국 항구에 정박하는 미국 국적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들 선박은 중국 항구에 정박하는 경우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트슨, APL, 머스크라인리미티드 등 미국계 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날부터 시행하는 중국 선박 대상 항만 수수료 부과에 대응하는 조치다.
화물 물동량 감소는 현실화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발 미국향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 8월 기준 전월 대비 4.8%,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미국 주요 항만의 처리 물량도 감소세다. 9월 로스앤젤레스(LA)항 물동량은 95만8000TEU로 전월 대비 6%, 전년 동월 대비 0.2% 줄었고 롱비치(LB)항도 90만1000TEU로 전월 대비 4.5%,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글로벌 선사의 실적도 악화했다. 홍콩계 선사 오리엔트오벌시스컨테이너라인(OOCL)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으며 타 글로벌 선사들도 조기 성수기 종료와 선복 과잉 영향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망도 밝지 못하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의 수입량이 평균 1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기 선적에 따른 이른 성수기 종료 이후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국 100% 추가 관세 100%는 중국발 수요를 더 위축시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 운임도 2023년 말 이후 최저치 1100대로 밀린 모습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0일 기준 1160.42로 전주 대비 반등했지만, 최근 운임이 장기 하락 흐름을 보였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된다. 현재 운임은 올해 초 2505.17에서 반토막 넘게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간 통상 갈등이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 해운·물류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양국이 물류비용을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글로벌 공급망 회복에 또 한 차례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