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만이 아냐…오존·감염병·우울증, 건강 해치는 기후위기

권다희 기자
2025.10.18 06:30

[2025 한반도 기후변화 리포트]<5>기후위기, 건강을 위협하다
[인터뷰]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고령화와 맞물린 폭염 강화, 기후적응 더 어렵게 해"
"복합재난, 열대야→수면의 질 영향 등으로 기후 관련 보건 연구 확대"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간의 건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한파, 기상재해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외에도 생태계를 변화시켜 이전에 없던 감염병을 유발하거나 대기에 유독 물질을 늘려 건강에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머니투데이는 '2025 한반도 기후변화 리포트'의 다섯번째 순서로 기후변화가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전문가 인터뷰로 살펴 본다.
온열질환자 및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그래픽=김지영

기후변화는 인간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기상재해로 초래된 직접적 인명피해를 제외하더라도 생태계 균형이 깨지며 새로운 감염병이 늘고, 대기 오염이 심화되며,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연구하는 김호 교수를 지난 2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나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여러 갈래의 영향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환경부 ·기상청이 지난달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의 '보건' 부문 주저자이기도 하다.

고령화 빠른 韓, 기후변화 취약계층도 급증

김 교수가 특히 우려한 건 기후변화와 고령화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그는 "폭염 일수 자체가 늘어난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고령화"라며 "같은 상황에서도 고령 인구가 훨씬 더 피해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 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지수(노인이 어린이보다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는 지표)는 2005년 46.8, 2015년 93.0에서 올해 199.9로 급격히 상승했다. 15세 미만 인구 1명 당 65세 이상 인구가 약 2명 있는 사회가 된 것.

쉼터, 폭염에 대한 위험성 전파 등 적응 정책이 점차 효과를 내며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선 단위 온도가 높아질 때 사망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의 절대 수가 늘어나는 게 우리나라의 과제다. 김 교수는 "온열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중 폭염의 위험을 잘 인지 못하시는 농촌의 독거 노인이 많다"며 "취약한 분들과 소통을 늘리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 했다.

연도별 오존 노출에 의한 초과 사망자수/그래픽=이지혜
인체에 치명적인 오존, 폭염이 늘린다

온열질환처럼 인과가 뚜렷한 결과 외에 달라진 기후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기온, 바람, 강수 등 기상요인을 통해 대기질에 영향을 주는데, 대표적인 게 오존 증가다.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햇빛에 의한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지는 오존은 온도가 높고 자외선이 강할수록 더 많이 생성된다.

질병관리청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오존 연평균 농도는 2010년 35.8ppb(공기 10억 분자 중 오존의 분자 수)에서 2019년 45.0ppb로 늘어났다. 오존은 호흡기 자극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다. 질병관리청은 오존에 단기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초과 사망자(오염이 없었을 때보다 실제로 더 많이 발생한 사망자)를 연평균 2109명으로 추산했다.

미세먼지와 다르게 무색 무취해 사람들이 노출되는 걸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한 요소다. 김 교수는 "오존은 폭염이 지속될 때 생성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오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도록 오존 경보가 좀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곤충매개 감염병 발생현황(3급 감염병)/그래픽=이지혜

기후 변화 →생태계 변화…뎅기열 국내서도 발생할까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또다른 위협적 요소는 감염병이다. 기온 상승이나 폭우 증가가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 진드기 등의 분포 및 서식 밀도를 변화시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에서 유입된 새로운 매개체가 국내에 정착하게 할 수도 있다.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감염병 양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은 모기 매개 질환, 진드기 매개 질환 등이 있다. 대표적인 모기 매개 질환은 뎅기열, 웨스트나일열이고, 진드기 매개 질환은 쯔쯔가무시증, 라임병 등이다. 특히 뎅기열은 정부가 주시하는 감염병이다. 아직 국내에서 발병한 사례는 없고 모두 해외 유입 사례이지만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등이 온난화로 국내에서 서식하게 될 수 있어서다.

이 외에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또 있다. 꽃가루 배출 시기와 양을 변화시켜 호흡기 질환을 늘리는 경우다.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2025)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꽃가루 시즌은 약 20일 앞당겨졌고, 10일 더 길어졌다. 온난화로 인해 일부 식물이 빨리 자란 데 따른 변화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진=권다희 기자

기후변화, 정신건강에도 영향

미국, 일본 등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김호 교수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사람이 정신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능이 떨어진다"며 "기후변화에 의한 우울증이 서구 사회에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기후변화로 농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가 초래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의 직접적 연관관계를 설명하는 건 쉽지 않지만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이 분야는 그가 현재 관심 있는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열대야가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 등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는 "열대야는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연구 주제"라며 "똑같이 기온이 높더라도 밤 기온이 높은 게 건강에 훨씬 더 영향이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가 급격해질수록 기후가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부처, 분야간 협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와 기후변화를 같이 고민하거나, 복합재난(두가지 이상의 기상재해가 한번에 또는 연달아 초래되는 경우)처럼 한 부처에서만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래 위기를 잘 대비하려면 있도록 부처간 협력이 더 원활히 이뤄지는 환경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